2017022101001572300075051

34살에 해방된 일본어 세대가 김일성이다. 그런데 왜 아들 이름을 하필이면 '정일'이라고 지었는지 자다가도 웃을 일이다. 일본말 '正日(쇼니치)'은 ①죽은 지 49일째 되는 날(49재) ②1주기(周忌) 날 ③제삿날(忌日)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정일이 69년을 산 건 기적(?)이다. 또 하나 한심한 건 김정일 김정남 김정철 김정은 등 부자가 같은 正자 돌림 이름이라는 거다. 유교적인 가례(家禮)상 부자가 같은 돌림자 이름은 상식 밖이다. 중국에선 金正男 발음이 '진정난'이다. 정은이와 이복형제라는 설움이 '이다지도 깊은 줄을 진정 난 몰랐네'의 그 '진정 난' 같다. 또한 일본과 중국에선 '이복(異腹)'이 아닌 '이모(異母)'다. 배가 다르다는 천박한 말보다는 어머니가 다르다는 게 점잖은 말이다. '이부(異父)'도 마찬가지다. 우리말도 같지만 몰라서 안 쓰는 거다.

김정남과 정은은 different mother(異母)의 반쪽 형제(half brothers)다. 그 김정남의 아들 한솔이 아버지 시신을 수습하러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로 갔다는 뉴스다. '한솔' 그 이름은 남한서 유행하는 한글 고유어 이름 그대로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에선 '한솔' 표기가 불가능하다. '한솔(큰 솔)' 하면 조선조의 충신 성삼문의 시조부터 떠오른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제 독야청청하리라' 그거다. 그런데 금강산 낙락장송이라면 여름 금강산인 봉래산보다야 눈 덮인 겨울 금강산인 개골산(皆骨山) 큰 솔이 더 품위 있고 고고(孤高)하지 않을까. 김한솔 군. 감수성 예민한 나이에 닥친 아버지의 죽음이 얼마나 충격적일까. 한솔 군만은 사시사철 푸르른 큰 솔로 오래오래 씩씩하고 굳세게 버텨가기를 기대한다.

북한 측은 '김정남이 아니다. 독살이 아닌 자연사다.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결탁해 조작한 사건'이라는 등 오리발이다. 상상 못할 인간 말종(末種)들이다. '거짓말쟁이는 악마의 옷을 입고 있다' '거짓말과 도둑질은 이웃사촌이다' - 각각 독일과 영국 속담이다. 하긴 남쪽에도 '북한의 소행이라면…' 전제를 다는 무리가 있다. 믿기 어렵다는 소리다. 2017년! 소름끼칠 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