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능인구 줄어 노동공급 감소
고용불안 실질소득 둔화 소비 부진
기업들 안정경영 추구 투자 기피
제조·서비스업 생산성 증가 주춤
늪에 빠진 경제 돌파구 찾으려면
중·장기적 내수확대 대책 강구해야


clip201610261402572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대한 올해 2월 전망치는 87.7로 최근 12개월 중 최저를 기록했다. BSI 지수가 100을 웃돌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올해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러나 대선주자들은 공정성장·동반성장·국민성장 같은 낯선 정치구호로 말로만 경제성장을 외치고 있다. 이젠 백척간두에 서 있는 한국경제의 소생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해야 한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된 원인은 경제성장의 3대 축인 소비·투자·수출이 모두 부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들을 중심으로 경제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긴급대책 중심으로 탈 경제위기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83~1992년에는 평균 9.7%를 기록하며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3.5%를 능가했으나 1993~2002년에는 평균 6.1%를 기록해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3.29%보다 대체로 높았다. 2003~2012년에는 3.61%를 기록하며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3.83%보다 0.22%p 낮아졌었다.

이젠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6년째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을 밑돌고 올해까지 3년째 2%대 저성장 늪에 빠져 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민간연구소와 정부 모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잡고 있다. 1999년 이후 처음이며 20년 만에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미국보다 낮아졌다.

또 한 국가의 '경제 체력' 수준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이 15년여 만에 반 토막 났다. '잠재성장률'이란 부작용 없이 최대한 이뤄낼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뜻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의 하락 요인은 크게 4가지, ① 노동 공급 감소 ② 민간소비 감소 ③ 투자 감소 ④ 생산성 증가 둔화다.

첫째 노동 공급 감소는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1970년대 3.1%였던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은 최근에 1.0%까지 떨어졌다.

둘째 민간소비 감소다. 외환위기 이후, 임시·일용직 취업자 비중이 크게 증가했고 고용불안은 실질소득 증가율을 크게 둔화시켰다. 한국사회의 소득 양극화도 심화시켰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소비 여력이 약화됐다.

셋째, 설비투자 감소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 자유화 패러다임 하에서 한국 기업들은 보수·안정 중심의 경영전략을 추구하면서 장기적인 설비투자를 기피하고 있다. 1970년대 18.3%였던 설비투자 증가율이 최근엔 3.2%에 불과하다.

왜 한국기업들은 과소투자를 하는 것일까? 세계 무역이 위축됨에 따라 대외 수요가 감소하고 있으며 국내 소비 침체 등으로 인한 내수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투자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기업들의 해외투자 증가는 국내투자에 대한 구축 효과를 초래했다. 2000년대 들어 기업들은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동남아와 같은 저임금 지역으로 생산기반을 확대했다. 한국인의 해외직접투자가 5배가량 증가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는 2000년대 들어 하락 내지 정체되고 있다.

넷째, 노동과 자본 투입 증가율이 대폭 감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 증가율도 지지부진하다. 제조업 생산성 증가는 둔화됐고 진입 규제로 인하여 서비스업 생산성은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요인들로 인해 구조적 내수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고용불안과 비소비지출 증가에 따른 소비부진, 기업의 보수적인 경영과 해외투자 증가에 따른 설비투자 부진, 주택 및 SOC 수요 성숙단계 진입에 따른 건설투자 부진 등과 같은 구조적인 내수부진 요인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장기불황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경제가 돌파구를 찾으려면 일본의 정책실패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중·장기적인 내수확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나아가 독일경제의 지속적 성장모형을 벤치마킹하여 한국의 경제 체력을 보강해야 한다.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