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생활에 지쳐가던 저자에게 어느 날 '서점 해볼 생각 있느냐?'는 아버지의 전화가 걸려왔고, 그는 엉겁결에 '알겠다'고 답하고 끊으며 책방 사람이 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저 어쩌다 보니 서점을 운영하게 된 저자의 짧지만 재미있고 담백한 글 30여 편이 실려 있다.
지은이가 속초에서 서점을 하겠다고 주변에 얘기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서점이 미래가 유망한 '스타트 업'도 아니고 기발한 아이템도 아닌데 '서점'과 '속초'의 조합이라나…. 저자는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 서점을 재정비해간다.
2만권에 이르는 책을 '반품'하고, 그보다 많은 책을 새로 들여오고, 새롭게 진열하며 서점은 변화를 겪어간다.
실제 책방을 운영한 경험이 없으면 들려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서의 서가 배열을 어떻게 할지,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저자의 고민을 따라가 보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역사 과학 철학을 아우르는 책을 어떤 서가에 진열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 하고 정리에 급한 나머지 소설 '앵무새 죽이기'를 '취미·반려용품' 서가에 꽂아 두기도 했다.
'C-언어' 서적을 찾는 손님에게 '시(詩) 언어'에 관한 책을 찾는 줄 알고 당황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동네 책방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입가엔 웃음이 번진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의 틈바구니에서 그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방식으로 살길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