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행보로 '빅텐트론' 불씨 살려
출마에 긍정도 부정도 안해 미묘
"나라가 좋은 방향 가도록 최선"
개헌 고리 세력화 승부수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23일 자신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여지를 남기며 야권 내 대선지형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4박 5일 일정으로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 21일 돌아온 김 전 대표는 귀국 이후 광폭행보를 보이며 사실상 꺼져가던 '빅텐트론'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특히 개헌을 고리로 비문(비문재인)계를 아우르는 구도를 만들고, 본인이 그 중심에 서는 승부수를 띄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외 인사 모임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조찬포럼 강연에 참석해 대선 출마에 관한 많은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기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라면서도 "나라가 어려운 사태에 놓여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나라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해 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긍정은 아니지만 부정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오며, 김 전 대표의 향후 거취와 맞물려 주목되고 있다.
그는 과거 자신이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던 노태우정부 시절을 회상하며 "1992년 대선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정치 민주화의 과도기를 담당해야 하므로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50대의 젊은 세대가 대통령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건의를 드린 바 있다"며 "사실 그땐 나름대로 대선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준비도 많이 해봤지만 세월이 25∼26년이 지났는데 다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늦은 감이 있다"고 발을 빼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수면 위로 떠오른 대선 주자들을 싸잡아 비판하며 '본인 차출론'에 힘을 싣는 모습도 엿보였다. 김 전 대표는 "다음 지도자가 될 분은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철두철미하게 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분위기에 휩쓸려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그러면 정상적으로 나라를 끌고 갈 수가 없다"고 일침을 놨다.
그가 출마를 최종 결심한다면 현재의 당내 경선 구도상 탈당이 불가피하다. 출사표를 던진다는 가정하에 탈당 이후 개헌을 매개로 제3지대에서 '비패권지대'를 표방하는 세력을 조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를 통해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고 개헌을 시행하는 전략적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이날 당 개헌파 워크숍에 참석해 "이번 개헌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현재 개헌관련 당론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고 개헌을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은 온당치 않다"고 개헌을 거듭 강조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