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법 대상안돼 단속제외
술·도우미 제공 '꼼수 영업'
학교인근서도 버젓이 장사
노래방·DVD방·안마방 등도 처음 신종 업종으로 분류될 당시만 해도 허가를 제재하거나 단속할 방법이 없었다. 신종 유흥업소가 등장할 때마다 행정당국은 "법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사회적 문제로 시끄러워질 때쯤 마지 못해 비난 여론에 못 이겨 규제방안을 만드는 정도다. 노래방이나 다름없는 이름만 바꾼 뮤비방이 신종 유흥업종으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법 규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실태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23일 오후 11시께 인천 부평구 동암역 주변의 한 상가. 건물 외벽에는 '○○노래 뮤비방'이라고 적힌 대형 간판이 붙어있다. 뮤비방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방으로 나뉘어 있었다.
업주의 안내에 따라 '영상제작실'이라고 적혀 있는 방에 가보니 노래방 반주기와 테이블·소파가 눈에 들어왔다. 여느 노래방과 차이가 전혀 없는 모습이다. 다만 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기기가 반주기 옆에 설치돼 있다는 것이 일반 노래방과의 차이점이다.
일반적인 '뮤비방'은 노래 부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녹화하고 편집하는 뮤직비디오 제작실이다. 연인이나 친구들이 이벤트 영상을 제작하고자 할 때 주로 이용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업주에게 영상 제작기기 용도에 관해 묻자 그는 "오디션 보는 친구들이 요청해 달아놓은 것뿐이다. 평소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술과 도우미가 가능하냐는 질문에 업주는 "맥주는 한 잔에 4천원이고, 도우미는 현금 3만원, 카드 3만5천원"이라고 말하며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했다. '뮤비방' 간판을 내걸고 불법 유흥주점 영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이곳은 지난 2015년 11월까지 노래방으로 운영되다 손님에게 도우미를 제공한 사실이 1년 동안 3차례 적발돼 부평구청으로부터 영업 취소의 행정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 업주는 '노래방'에서 '뮤비방'으로 이름만 바꾼 채 2년째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 같은 영업이 가능한 이유는 음악산업진흥법에서 '뮤비방'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뮤비방'은 '음반음악영상물제작업'으로 분류돼 별다른 자격요건 없이 인천시에 신고만 하면 영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소방법령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되고, 학교 인근에서 영업할 수 있다. 업주들은 이런 법률상 미비점을 노리고 '꼼수 영업'을 하는 것이다.
인천시에 '음반음악영상물제작업'으로 신고된 업소는 49곳. 이곳 중 절반 이상이 사실상 일반 노래방과 똑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자치단체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인천 동암역 먹자골목 주변에 10여 곳의 업소가 몰려 있고, 주안역 주변 등 유흥가 주변에서 주로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부 업소는 학교정화구역으로 규정된 학교 반경 200m 안에서도 버젓이 노래방 형태의 뮤비방을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법에 따라 노래방은 교육청의 허가를 받아야 학교정화구역 내에서 영업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지만, 인천시는 이들을 처벌할 규정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단속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관련법에서 뮤비방에 대해 정확히 명시하지 않고 있어서 단속에 나가서도 불법 영업을 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제도개선을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