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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최근 인천시 안팎에서는 인천 남동구가 상급 단체라고 할 수 있는 인천시장의 연두 방문 행사를 거부한 일을 두고 말이 많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자치구가 광역시장의 연두 방문을 거부한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연두 방문 때 경호팀이 시청 공무원들에게 사무실 창문 쪽으로는 근처도 가지 못하게 했던 1980년대 상황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이 요구하는 특정 사안의 이행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인천시장이 주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조차 가로막는 건 잘못됐다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남동구가 시장 연두 방문을 그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기회로 삼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자치구 역시 선출직 단체장인 만큼, 자신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각자 처지에 맞게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런 돌발적인 행동이 일정 부분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행정 전문가들은 이런 상·하급 단체 간 갈등 발생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20년 이상 지속하고 국민들의 자치의식이 확장하는 상황에서 이런 갈등은 오히려 당연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자치의식 확산으로 상급 단체인 광역시와 하급 단체인 자치구가 갈등을 빚는 일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갈등의 원인이 언제나 합리적일 수는 없다. 막무가내로 생떼를 부리는 비합리적인 상황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합리적이건 비합리적이건,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지자체 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상급 단체와 하급 단체가 대립각을 세우는 사이, 자칫 주민에게 제공돼야 할 행정서비스가 소홀해질 수 있다. 이번 일로 광역시와 자치구 간 관계가 재정립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광역시와 자치구 간 갈등 해소 과정에서 가장 핵심에 있어야 할 건 시장과 구청장이 아닌 '주민'이다. 광역시든 자치구든 결국 주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