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열도 최북단 홋카이도(北海道)의 도청소재지가 삿포로(札幌)시다. '편지 찰(札)' '휘장 포장 황(幌)'자 '삿포로'라는 지명은 홋카이도 토착민 아이누 족 말에서 유래했지만 일본의 대표적인 눈의 고장이자 온천 관광지가 삿포로다. 매년 2월 초 열리는 현란한 얼음 조각의 '유키 마쓰리(雪祭)' 축제 또한 유명하고 다수 일본 작가의 문학 작품 무대로 알려진 지방도 삿포로다. 1968년 노벨문학상을 탄 카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소설 '유키구니(雪國)'도 주된 배경이 삿포로였고 고독한 주인공 시마무라(島村)가 게이샤(藝者→妓女) 코마코(駒子)와 사랑에 빠진 곳도 거기였다. 그곳 삿포로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 것만도 1972년이었으니까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보다 46년 앞섰고 1998년 동계올림픽도 나가노(長野)에서 열렸다. 그만큼 일본은 겨울 스포츠도 선진국이다.
26일 폐막된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의 일본 우승은 당연지사고 한국은 2003년 아오모리(靑森)대회 이후 14년 만에 역대 최고 성적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제껏 금메달을 따 보지 못했던 피겨 스케이팅과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까지 가세, 동계아시안게임 사상 최다인 금메달 16개로 준우승을 차지한 거다. 특히 금메달 12개의 중국을 3위로 밀어낸 건 쾌거 중 쾌거다. 남자 아이스하키는 중국을 10대0으로 완파했다는 거 아닌가. 한국은 역시 스포츠 강국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도 한국이 5위, 중국은 7위였고 2006년 토리노(이탈리아) 동계올림픽도 7위 한국에 비해 중국은 14위였다. 일본은 더더욱 말이 아니었다. 토리노 대회 땐 금메달 달랑 하나로 18위, 밴쿠버 대회 땐 노 골드의 20위로 추락했다. 그랬던 일본이 이번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선 단연 금메달 27개로 우승을 한 거다.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어떨까. 한국은 일본과 중국을 여지없이 제쳐버리고 준우승 쯤 하지 않을까. 차후에 평창에서 동계아시안게임까지 열린다면 또 어떨까. 그 때는 더욱 더 일본과 중국을 멀찍이 따돌리고 우승을 하고 말 거다. 이번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이 암울한 대한민국에 모처럼의 낭보를 전했다. 우리 스포츠 건아들, 그대들이 애국자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