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윤지윤 남양주경찰서 와부파출소 순경
우리는 가족, 학교 등 작은 단위에서 민족이나 지구촌 등 큰 단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동체에 속해 소속감을 갖고 살아간다. 그러나 공동체의 결속력이 약화하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사회가 점점 각박해지면서 사소한 다툼으로 인한 분노를 참지 못해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난폭·보복운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번만 이해하고 넘어갔다면 참을 수 있었지만, 순간적인 분노는 난폭·보복운전으로 귀결됐다.

특히 운전대만 잡으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속도를 높이거나 차선을 급변경하고, 과도하게 경적을 울리며 욕을 하는 등 공격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자동차라는 공간의 익명성에 있다. 자동차가 안겨주는 사적인 공간은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어 누군가를 비방·음해하거나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부 운전자에게 난폭운전을 서슴지 않게 하는 도구가 된다. 진로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상대 차량을 추월해 급정거, 자동차 트렁크에서 야구방망이를 꺼내 다가오거나 흉기로 위협하는 등의 사건이 보도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도로를 달리는 차는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지난해 2월 도로교통법이 개정, 이제 난폭·보복운전 행위를 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형사입건만 돼도 운전면허가 정지된다.

최근 경찰의 수사·단속 결과에 따르면 난폭·보복운전은 하루 평균 83건이 발생했다. 형사 입건된 경우는 하루 17명이었다. 급격한 진로변경이 전체 502명 중 162명(32.4%)으로 가장 많았고 경적·상향등(114명·22.7%), 끼어들기(90명·18%), 서행운전(82명·16.4%)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난폭운전 행위에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된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회문제가 됐다는 의미다.

난폭·보복운전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범죄임에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경찰은 언론과 SNS 홍보, 국민제보 앱 '목격자를 찾습니다' 등 다양한 경로로 신고를 받고 있으나 한정된 경찰인력만으로 완전한 근절은 힘들다. 운전자 스스로 의식 변화를 통해 양보운전이 선행되는 선진교통문화가 정착하길 기대해 본다.

/윤지윤 남양주경찰서 와부파출소 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