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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광장정치야말로 추태다. 국민을 대리해 정치를 논하고 행하는 대의(代議)정치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엔 '광장정치'라는 게 있었다. 이른바 '아고라(agora) 정치'다. agora는 그리스어로 '사람이 모이는 장소'라는 뜻이고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중심 시가(市街) 광장을 '아고라'라고 했다. 주변엔 공공건물이 즐비했던 그 중심 광장에 시민들이 모여 정치와 학예 등을 토론하던 곳이 아고라였고 한가하게 소일도 하던 시민생활의 상징 광장이 또한 아고라였다. 그런 도시 광장은 고대 로마에도 있었다. 주변엔 주랑(柱廊)과 바실리카(Basilica) 신전, 상점들이 늘어섰던 그 로마 광장을 라틴어로 '포룸(forum)'이라고 했다. 오늘날 경제 포럼이니 무슨 포럼이니 하는 '포럼'의 어원이 바로 '포룸'이다. 하지만 포룸은 '광장'이라는 뜻일 뿐, 토론 포룸은 '포룸 디스쿠테레(discutere)'→'포럼 디스커션'이었고 즉 광장정치였다.

다시 말해 고대 그리스뿐 아니라 로마에도 광장정치는 존재했다. 사회자 주도로 한 사람 또는 여럿이 연설했고 청중의 질문도 받는 등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그 대표적인 게 '포로 로마노(Foro Romano)'라는 것이었다. 카피톨리누스(Capitolinus), 팔라티누스(Palatinus) 등 네 곳의 구릉(丘陵)에 둘러싸인 광장에서 베풀어졌던 포룸이었지만 바실리카라는 특수 건물 출현으로 9세기 이후 사라졌다. 그러니까 고대 그리스 로마의 광장정치가 사라진 게 9세기였다는 거다. 그런데도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광장에서 국회의원의 광장정치가 벌어진다는 건 시대착오 치고도 입이 딱 벌어지는 시대착오다. 대의정치 국회의원은 시위를 받는 쪽이지 시민과 함께 악을 써가며 시위를 할 수는 없다. 주객전도다. 그것도 매주 주기적인 광장정치 행태라니! 대의정치꾼이 어떻게 광장정치를 하나?

그러려면 국회의원 사퇴와 함께 고액 세비부터 토해내고 나서라는 거다. 더구나 오늘 3·1절까지도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앞장서는 그들 몰골을 봐줘야 한다는 건 참을 수 없이 역겹고 지겹다. '염×하네' 아지매 게이트는 전체 정치권의 쭉정이정치(秕政) 탓이지 박근혜 혼자만의 잘못이라고 여길 순 없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