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마음고생 시켜서 미안해.”
나이지리아 무장단체에 피랍됐다가(경인일보 6월8일자 1·19면 보도) 40여시간만인 9일 극적으로 풀려난 한국가스기술공사 권혁준(39)대리의 부인 박모(35)씨는 남편의 전화를 받는 내내 마음속으로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되새겼다.

남편이 석방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반신반의하던 박씨는 석방직후 “지금 이동중이며 걱정하지 말라”는 남편의 짧은 한마디를 듣고 나서야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고대하던 두번째 통화는 이날 오후 3시께 이뤄졌다. 권 대리는 “마음고생 시켜서 미안하다”며 오히려 부인을 위로했고 박씨는 “고맙습니다”는 말만 계속했다.
특히 박씨가 “(아이들에게) 아빠의 사고소식을 알리지 않았다”고 전하자 권 대리는 “지혜롭게 잘 대처했다. 이제부터 더욱 아끼고 사랑하겠다”면서 부인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박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훨씬 밝아진 목소리로 “지난 이틀동안 악몽을 꾼 것으로 생각하겠다”며 “납치기간동안 내내 기도했고 많은 이웃과 교회 신도들이 함께 걱정해 줬다”며 주위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남편을 걱정해 주신 기자분들께도 정말 고맙다”며 “앞으로 가족이 소중하게 아껴주며 살겠다”고 덧붙였다.
권씨와 함께 석방된 한국가스공사 김옥규(40) 과장의 부인 이모(39)씨는 석방소감을 묻는 질문에 “애기 아빠가 돌아오면 상황을 설명하겠다”며 울먹였다.

성남시 분당 집에서 남편의 무사귀환을 고대하던 이씨는 “너무 기뻐 아무 생각도 나지 않지만 이번 일이 알려지면 애들이 걱정한다”고 짤막하게 말한채 더이상의 인터뷰는 사양했다.
한편 지난 7일 오전 나이지리아 무장단체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에 납치됐던 권 대리 등 한국인 근로자 5명은 9일 오전 0시20분께 석방돼 우리측에 인계됐다. 이들은 건강진단을 받은뒤 조만간 귀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안산·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