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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기각할지 인용할지 그건 시한폭탄이라고 어느 신문이 그랬지만 10여일 남은 시한이 코앞이다. 기각이냐 인용이냐 그것이 문제다. 그런데 '기각'이라는 말이야 자주 들어 알겠지만 '인용'이 무슨 말인지도 알고들 있을까. 법률학자와 법조인을 제외하면 몇 %나? 기각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도 그랬었고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 허남식 전 부산시장 등 최근에도 자주 들은 소리고 항소기각, 상고기각도 있다. '기각(棄却)'은 버리고 물리침이다. 각하(却下)하는 거다. 발밑으로 확 버리는 게 각하다. 절차가 틀리거나 기간이 경과했다는 등 이유로 버리고 물리치고 내던지는 게 기각이고 각하다. 그럼 '인용'은 뭔가. 인용이라는 말은 仁勇 引用 認容 세 가지고 이 중 기각의 반대말은 認容이다. 인정하여 용납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정, 용인(容認), 인준이라는 말도 있는데 왜 하필 '인용'인가.

중국엔 認容이란 말이 없다. 비슷한 말이 '인증(認정:런정)'이다. 국가 주석에 대한 탄핵 따위 제도가 아예 없는 나라니까 그럴 만도 하겠지만 認容은 '닌요'로 읽는 일본식 한자 용어다. '인정하여 용납함 용인함(미토메 유루스 코토)'이라는 뜻의 단어가 認容이다. 영어의 admission과 acknowledgment도 비슷한 뜻이다. 그런데 '인용'이라면 남의 말이나 문장, 사례를 끌어다 쓰는 인용구 인용문 인용부(符) 인용서(書) 인용어 인용점 인용형 등 引用이라는 말부터 떠오르고 Quotation marks(' ' " ")부터 눈앞에 아른거리지 않는가. 한자말을 한자 표기 없이 발음만 적으면 무슨 말인지 뜻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탄핵 재판의 '인용'이다. 헌재가 엊그제 첫 평의를 열었다는 '평의'도 그렇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의논하는 게 評議다.

작금 네티즌들은 인용 편이냐 기각 편이냐 크게 갈려 인터넷 영상투표하기 열풍이라지만 헌재 재판관들도 한 쪽으로 의견일치를 보기란 어렵다. 노무현 탄핵 재판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8명 전원일치는 기대하기 어렵다. 어느 쪽으로 판결이 나든 모두가 '인정하고 용납(認容)'해 시한폭탄 위력을 최소화하는 게 순리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