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하면서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당의 대선주자로 띄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면 늦어도 5월 초 조기 대통령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여론조사 대상에도 들지 못하는 기존 후보군 대신 그나마 범보수 진영에서 1∼2위를 달리는 두 잠룡의 출마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이다.
당 지도부가 황 권한대행과 홍 지사를 중심으로 대선 시나리오를 짜고 있음을 시사하는 듯한 메모도 2일 등장했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정우택 원내대표와 박맹우 사무총장 사이에 '황↔홍'이라고 적힌 A4용지가 언론사 카메라에 잡혀 주목을 받았다. 황 권한대행과 홍 지사의 2파전 경선구도를 암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이 메모는 박 사무총장이 적어 옆자리에 앉은 정 원내대표에게 보여주면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내대표 측은 "주로 듣기만 했다"고 밝혔다.
메모에는 '황'이라는 글자가 가장 크게 적혀 있고 그 주위에 펜으로 여러차례 동그라미와 네모 표시를 해 황 권한대행과 관련해 가장 비중있게 이야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황' 밑에는 '生存(생존)'이라고 표기, 황 권한대행의 출마와 당의 생존을 결부시켜 논의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홍'이라는 글자 아래로는 화살표를 그린 뒤 '근접'이라고 표시, 홍 지사의 대선 출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박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끼리 걱정을 한 것"이라면서 "당에서 황 권한대행을 모셔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면서 홍 지사도 같이 하고자 한다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황 권한대행에 대해 "현 정부에 몸담은 게 부담이 되긴 하지만 검증된 분이 아닌가. 지역에서도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라며 호감을 나타냈다.
메모에는 '황'과 '홍'을 연결하는 화살표 하단에 '유승민'이라고 적어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음을 짐작케 했다. '유승민' 하단에 적힌 '金(김)'은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유 의원은 한국당을 포함한 범보수 후보 단일화론을 주장한 바 있어, 한국당 역시 그를 연대의 대상으로 고려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정 원내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방송 인터뷰에서도 황 권한대행과 홍 지사 띄우기에 주력했다.
정 원내대표는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황 권한대행의 흥행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높게 보고 있다"며 "출마할 생각이 있다면 탄핵결정 전에 출마결정을 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더 임팩트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론이 아닌 개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황 권한대행이 여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돼온 점과 정 원내대표의 고교·대학 후배라는 점에서 출마에 대한 사전 교감이 어느정도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또 홍 지사에 대해서도 "분명히 홍 지사가 출마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모랫속 진주의 역할도 가능하다"고 칭찬했다.
홍 지사의 당원권 회복 문제 역시 "홍 지사가 당에 적극적으로 협의해오면 당원권 정지를 풀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라며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이날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성인남녀 1천8명을 대상으로 한 3월 1주차 여론조사(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선관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은 14.6%로 2위에, 홍 지사는 3.5%로 6위에 각각 올랐다. 홍 지사의 순위는 범보수 진영에서 황 권한대행 다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