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서 크게 히트해 중국, 대만 등 범아시아로 열풍이 번진 드라마 '도깨비'에는 주인공 도깨비 외에도 '저승사자', '삼신할머니' 등 전통설화와 관련된 캐릭터가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도깨비라고 하면 짐승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있고, 머리에는 뿔이 났으며, 손에는 뾰족한 쇠가 박힌 방망이를 들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깨비는 일본에서 들어온 '오니(鬼)'의 형상을 그대로 본뜬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온 '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당시 초등학교 국어독본에 실리면서 오니의 삽화가 들어갔고, 이것이 우리 것 인줄 알고 해방 이후 교과서에도 실린 것이다. 정작 우리나라 도깨비는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목소리, 울음소리, 웃음소리, 요란한 소리, 불빛 등으로 묘사된다.
와전된 도깨비에 비해 삼신할머니는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토속 신앙의 대상이기에 문화적인 가치가 훨씬 높다. 전통적으로 우리 어머니들은 자식을 낳기 위해, 특히 아들을 낳으려고 유명한 산천과 서낭당, 부처님, 칠성님을 찾아 빌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새 생명을 가져다 주는 이가 삼신할머니라고 굳게 믿었다. 우리는 삼신할머니의 점지를 받아 태어났으며, 삼신할머니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가라고 볼기를 때리는 바람에 푸른색의 몽고반점이 생겼다고 믿어온 것이다.
삼신할머니는 가신(家神)의 하나로 '산신(産神)''삼승할망'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일부 학자들은 삼신의 글자를 三神으로 보아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 사상이 투영된 산물이라고 본다. 또 태(胎)를 우리말로 '삼'이라고 부르고, 탯줄을 '삼줄'이라고 불렀기에 삼신이라는 표현에 '태신(胎神)'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보는 이도 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는 삼신할머니가 노파의 모습뿐만 아니라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입술을 붉게 칠하고 빨간 정장에 하이힐을 신은 세련된 여성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좋은 신(神)으로 묘사된다. 이 드라마를 계기로 우리 전통 설화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과 연구가 많아 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또 다른 설화 속 캐릭터가 새롭게 조명돼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