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가 지난 4일 강철 북한 대사에게 추방명령을 내렸다. 이유는 '비우호적인 인물, 외교상 기피인물'이라는 거다. 외교 용어로는 라틴어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다. 반대로 우호적인 인물, 내키는 인물은 '페르소나 그라타'다. 외교사절 임명 때 상대국 동의를 묻는 아그레망(agrement)도 그 나라에 '페르소나 그라타'냐의 여부고 person(사람)의 어원도 persona다. 조각의 인체 상(像) 또는 흔히 대형건물 1층 로비에서 볼 수 있는 인물 소상(塑像)도 '페르소나 상'이다. 기독교에서는 위격(位格), 즉 삼위일체 신을 가리킨다. 제1 페르소나는 아버지, 제2 페르소나는 아들, 제3 페르소나는 성령(聖靈)이라는 거다. 어쨌든 강철 대사는 '말레이시아 수사를 믿지 못하겠다. 김철(김정남)은 독살이 아니다. 어서 시신을 인도하라'는 등 막말을 하다가 강철처럼 부러진 채 추방당하고 말았다.
된통 궁금한 건 왜 김정남의 아들 한솔이 말레이시아로 안 가는지 그 점이다. 부자의 DNA를 대조해야 시신이 김정남으로 확인된다는 거 아닌가. 그게 안돼 김정남 독살사건 수사는 한 달이 다 돼도 흐지부지 미궁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한솔 남매가 말레이시아에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이유를 지난 4일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밝혔다. 복수의 조선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부의 지시를 따른 마카오 경찰이 한솔네 식구를 못 나가게 보호하고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김정남 신원 확인을 못 하도록 붙들어 두고 있다는 거다. 그렇게 보호가 아닌 억류를 하는 이유가 '조선 국적 남자 김철'이 김정남으로 확인될 경우 더욱 국제적 코너에 몰릴 북한을 중국이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정남과 한솔은 평소 부자사이도 무척 좋았다고 하거늘….
말레이시아가 북한과의 40년 우의에도 무비자 입국 파기(破棄)에 이어 북한 대사 강철을 추방한 건 단교(斷交) 수순으로 보인다지만 북·중 혈맹만은 철석같다. 한솔이의 마카오 억류가 사실이라면 더욱 그렇다는 걸 증명하고 과시함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대로 '가장 위험한 존재가 북한'이라면 그보다도 더 위험한 건 싸고만 도는 중국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