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온천·양평등 역주변 전통상가 성업중
신중년들 지갑 열게하는 마중물 전략 필요
어르신 승객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구구팔팔 청춘(?)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진 때문이나 개중에는 단거리 여행객 숫자도 상당했다. 지공도사 양산정책이 초래한 결과로 지공도사란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65세 이상의 노인을 지칭한다. 1호선뿐이겠는가. 전국 지하철 객실의 공통된 모습이다.
지공도사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좌석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어르신들이 젊은이 무안 주기 일쑤이고 대낮부터 술 냄새 풍기며 노인들끼리 다투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얌체노인들의 새치기는 비일비재하다. 경제활동 중인 청년들의 불만도 크다. 만원전철에 시달리는 것도 힘든데 정부가 공짜손님을 대량생산해 스트레스를 키운다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경로무임승차제를 철폐하자는 선동구호들까지 등장했다.
지하철 운행역사가 가장 오래된 서울시는 벙어리 냉가슴이다. 갈수록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2015년 기준 18호선의 누적적자 규모는 무려 12조4천억원이다. 지하철 여객수가 늘어날수록 적자는 더 커지는 야릇한(?) 비즈니스인 것이다. 광고비 감소, 부정승차 및 프리라이더 증가 때문인데 서울시는 어르신 공짜손님을 적자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빠른 노인인구 증가로 서울에서만 연평균 13%씩 무임승차가 증가한다며 곤혹스러워 했다. 작년 5월에 발생한 2호선 구의역사고도 비용최소화를 위한 고육책이 빚은 참극이란다.
서울시의 지하철요금 인상요구를 정부는 번번이 묵살했다. 지공도사 때문에 발생한 적자를 부담할 수 없다는 청년들의 집단히스테리가 두려웠을 것이다. 궁지에 몰린 시는 정부에 대해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코레일은 철도산업기본법에 따라 매년 무임승차 손실액의 507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뿐 아니라 무임승차는 정부가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만큼 원인제공자인 중앙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근거법률이 없어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로무임승차제는 서울메트로가 1984년에 최초로 시행했으며 1991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국적으로 지하철을 운영하는 지자체들은 동병상련이다. 임시방편으로 무임승차의 하한을 65세에서 70세로 높여줄 것을 건의했으나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이다. 정치인 모두 '표 떨어진다'며 손사래 치는 것이다. 소설가 김훈은 "30여 년간 충실히 세금을 냈으니 공짜로 탈 자격 있다"고 주장했다. '어르신교통카드'야말로 국가가 퇴역군인들에게 수여하는 훈장처럼 흐뭇했었는데 계륵신세의 지공도사들이 처연하다.
그러나 이상의 논의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이다. 온양온천이나 춘천, 양평 등은 물론 전철역 주변의 전통상가에 점차 온기가 퍼지는 것이다. 지공도사 대상의 12만원짜리 관광상품도 성업 중이다. 무임승차를 이용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노인들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지공도사 활동이 많을수록 노인의료비도 줄어드는 법이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장기간의 경기부양에도 내수는 더 얼어붙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오히려 여건만 된다면 지공도사의 자격을 60세 이상으로 낮추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특히 건강하고 재력이 뒷받침되는 데다 시간적으로도 여유 있는 신중년들이 지갑을 열도록 마중물 전략을 구사할 때인 것이다. 경로무임승차제의 사회적 편익이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유정훈 아주대교수의 연구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지공도사제야말로 국민경제적으로 순기능이 큰 노인복지제도이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책임은 지자체에 미루는 꼼수도 목불인견이다. 정부는 서민의 발 수리비 지원대책부터 서둘러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