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기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 보고 실제로 필로폰을 만들어 판매하려던 어설픈 마약 제조자가 경찰에 적발됐다.

사업에 실패해 거액의 빚을 지고 오토바이 퀵서비스 배달일을 하며 살아가던 A(37)씨. 우연한 기회로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를 보고 자신도 필로폰을 직접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터넷 구글 검색 등을 통해 필로폰 제작법을 손에 쥐게 된 A씨는 서울에서 한 사무실 빌려 필로폰 제조를 시도했다. A씨는 화학 실험실에서나 볼 법한 스포티트 등 각종 도구를 준비하고, 원재료가 될 각종 화학물질과 각성제 성분이 든 감기약도 구입 했다.

A씨는 지난달 17일 첫 결과물을 만들었고, 인터넷을 통해 구매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A씨가 실제로 만든 물질은 필로폰이 아닌 필로폰의 원재료가 되는 '슈도에페드린'. 실제 필로폰은 구경도 못 해봤던 A씨는 슈도에페드린이 필로폰인 줄 착각하고, 구매 희망자로부터 2억5천만원을 받고 500g을 만들어주기로 계약까지 했다. 또 10g 정도를 '샘플'로 만들어 실제 넘기기도 했다. A씨는 그러나 얼마 못 가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붙잡혔고, 돈은 한 푼도 쥐어보지 못한 채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인천지검 강력부(부장검사·박상진)는 8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및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가 만든 것은 필로폰은 아니라 마약 제조 미수 혐의를 적용했고, 실제로는 마약이 아니더라도 마약으로 오인하고 거래를 시도한 것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