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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가계부채 1천344조원 사상최대 기록
한계가구·연체비율등 '부실화' 심화
美기준금리 인상 움직임… 한은 부담

금리 동결 땐 외국인 자금 이탈 유발
환율·주식 요동… 제2의 'IMF' 우려

실물·금융경제 동시 위기 가능성도
'가계 빚, 금융회사 발목' 최악 우려
전문가 "1997년 외환위기보다 심각"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변수
예전보다 외부 충격 즉각 반응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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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내몰렸다. 내수 부진, 수출 저조, 청년 실업, 소득 양극화, 가계부채 등 어느 것 하나 성한 데가 없다.

먹고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급히 풀어야 할 경제 이슈까지 단숨에 집어삼켰다. 당장 10일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와 관련 인용이냐 기각(각하)이냐를 놓고 진영 간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도 온통 악재로 가득찼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 미·중 간 극심한 통상 마찰 가능성,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프랑스 대통령 선거 등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에 수면 아래 있던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농담이 괜한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주요 수출국이자 통화 스와프 체결국인 이웃 나라 중국과는 한반도 사드(THAAD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일본과는 위안부 협상과 소녀상 설치 등으로 냉랭한 관계의 연속이다.

# '가계 빚', 금융위기의 숨은 뇌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가 자칫 심각한 금융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가계대출+신용판매액)는 1천344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자영업자의 대출금까지 더하면 무려 1천500조원에 달할 것이란 추산도 있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액은 141조2천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가계부채 증가율도 2006년(11.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11.7%나 됐다. 특히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 비은행 대출이 17.1% 급증(은행 대출은 9.5% 상승)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기준을 완화한 정부의 정책이 화를 불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도시로는 단연 인천을 꼽을 수 있다. 송도국제도시 등의 대규모 아파트 분양으로 가파르게 치솟던 인천 가계대출은 지난해 연간 증가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누적 잔액이 9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중 기업대출을 포함한 인천지역 금융기관(은행·비은행) 연간 대출은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총 7조6천924억원이나 증가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무려 5조5천973억원이나 늘었다는 점이다. 인천의 '가계 빚' 문제에 대해 금융 당국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이유다. 한국은행 인천본부 박지수 과장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당분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질도 나빠졌다. 최근 정세균 국회의장 정책수석실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40%를 초과하는 '한계가구'가 지난해 181만5천가구에 달했다. 2015년 158만3천가구에서 14.7%나 늘어난 것이다. 한계가구의 연체 우려도 크다.

지난해 한계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DSR)이 112.7%로, 2012년 84.2%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급증한 비은행권의 경우 저신용·저소득·다중 채무자들의 비율이 높아 부실화 우려를 낳고 있다.

지금에 와서 가계부채가 더욱 걱정스러운 이유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때문이다. 결국,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은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 이자 부담도 커지게 된다. 앞서 '한계가구'의 사정은 불 보듯 뻔하다.

# 외환위기 우려도 상존

가계부채라는 뇌관이 폭발할까 무서워 마냥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미 금리와의 격차로 인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미국이 고금리로 가는데, 굳이 한국에 달러를 쟁여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주식시장도 요동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국가 차원의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이다.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할 경우 달러를 사들이거나 팔아서 외환시장의 안정을 꾀한다. 또 국가의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도 받아들여진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등으로 고통을 안겼던 1997년 외환위기(IMF) 때를 기억하면 외환보유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실감케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천711억 달러다. 1997년 외환위기(300억 달러)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2천억 달러) 때와 비교하면 많이 증가한 셈이다. 대외 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단기외채(만기 1년 미만 외채) 비중도 2016년 9월 기준 27.9%로 1997년 36%와 2008년 3분기 72.6%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외화 유동성은 결코 안심할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일례로 외환보유액이 2014년 9월~2015년 8월 중 사상 최대 폭인 4천114억 달러가 감소했고, 2014년 총외채 중에서 단기 외채 비중이 76.3%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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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 실물경제 뒤흔드는 금융불안, 도미노식 충격

최근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대권 주자들이 성장, 고용, 복지 등을 앞다퉈 강조하고 있다. 이 키워드를 하나로 묶는 것이 바로 '실물 경제'다. 이 실물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금융경제와 항상 상호 작용한다.

경기 불황으로 내수와 수출이 부진하면 성장률이 하락하고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수출 부진은 경상수지를 악화시킨다. 이는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면 주가가 내려가고 신용이 떨어진다. 그 결과 자금난이 악화하고 기업부도로, 그리고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연결된다.

이런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리, 환율, 물가 등의 상승을 유발한다. 실물과 금융이란 두 축이 서로 물리고 물리면서 '도미노식' 위기를 맞는 악순환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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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금융위기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외환위기와 은행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외환위기는 대외적 요인 등에 의한 급격한 자본유출로 유발된다. 미 금리 인상(달러 강세)와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한 우리나라 수출 감소 등을 꼽을 수 있다.

은행위기는 기업 도산과 대량 실업 등에 의해 금융기관 연쇄 부실이 야기되는 것을 의미한다. 까딱하다간 실물경제와 금융경제가 동시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기관은 부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담보 부동산을 투매할 것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고 부동산 담보가치는 더 떨어지게 된다.

결국, 가계부채 부실이 금융회사의 발목을 잡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최근의 경제위기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당시에는 기업 부채만 문제였지만, 지금은 경제 주체인 가계·기업·정부 모두가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그야말로 '부채 공화국'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금융시장도 휘청거릴 수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통화정책이 엇갈리면서 변동성이 커진 데다가 국제유가 폭락, 중국의 경기 둔화, 신흥국 부채 위기 등과도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과거보다 미국 등 외부의 충격에 더욱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대부분 개방된 데다가, 유출입이 빈번한 주식자금에 외국인 자금이 집중돼 있다.

2006년 말 기준 한국의 외국인 주식투자 비중은 37.3%로 헝가리(77.7%), 리투아니아(51.7%), 멕시코(45.1%)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외환시장의 규모가 작고 외국인 거래 비중이 높은 것도 금융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 금융위기 '조기경보시스템' 구축을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위기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주문한다. 특히 우리나라 석학인 임양택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전 한국예탁결제원 상임감사)는 거시경제적 관점의 지표인 '금융불안지수'(FSI)를 토대로 운용되는 '조기경보시스템'의 조속한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평가하기 위한 우수한 분석지표를 개발해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하자는 취지다. 임 교수나 삼성경제연구소(SERI) 등이 개발한 금융불안지수 모델이 쓰이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 당국에도 조기경보시스템이 구성돼 있다. 하지만 전체 금융시스템 관점에서 리스크 발생 요인을 식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시경제적 건전성 감독의 관점을 크게 벗어나지 못해 대대적인 보완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의 경우 외환 부문 충격에 의한 금융시스템 위험 발생 가능성 등을 측정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