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낮 12시20분께 용인시 수지구 홍천고등학교.
 300여명의 학생들로 왁자지껄해야할 1층 식당은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는데도 굳게 닫혀 있었다.

 학생 57명이 지난 22일 식중독으로 의심되는 설사와 복통 증세를 보이면서 학교측이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싸 오도록 했기 때문이다.
 도시락 점심에 익숙지 않은 '급식 세대' 학생들은 식당이 아닌 교실 책상에서 밥을 먹는 것이 이상한 듯 부모님이 정성껏 싸 주신 도시락을 펼쳐 들면서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보온 도시락 통에 밥과 반찬을 담아오는가 하면 등굣길에 인근 분식점에 들러 김밥을 사온 학생도 있었고 학교 앞 슈퍼마켓에서 빵과 우유를 사온 학생도 눈에 띄었다.

 미처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은 친구들의 도시락을 나눠 먹거나 외출허락을 받고 교문밖 음식점으로 향했다.
 지난밤 늦게 인근 할인점에서 부랴부랴 보온도시락을 준비했다는 김수민(16)군은 “초등학교때 부터 지금까지 도시락을 가져와 보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학교 정문에서는 아침에 미처 도시락을 준비해주지 못해 도시락을 직접 '배달' 하러온 어머니들과 도시락을 받으러 나온 학생들 수십명이 몰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학부모 유재선(40·여)씨는 “대기업인 CJ가 급식사업을 한다고 해서 믿었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생각도 못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병국 교감은 “우선 학생과 학부모에게 죄송하다”며 “일단 7월 5일까지 급식을 중단한채 업체선정 및 위생관리를 철저히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