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ES+F_신성한 알레고리
AES+F '신성한 알레고리', 2011, 5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亞예술가 17명, 23개 작품 출품
무빙 이미지 통한 '다양한 영상'
공동체 요구 공통의 생각 배제
솔직한 생각 표현 '관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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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아시아는 요동친다. 어제까지 좋은 친구였던 이웃 나라가 하루아침에 적으로 돌변하는 일이 다반사다. 아직 청산하지 못한 역사가 빚더미처럼 서로의 등에 얹혀 있다.

그럼에도 칡넝쿨 마냥 얽힐대로 얽혀있어 벗어나지 못한다. 그 역사 속에서 자란 아시아의 작가들이 아시아를 상상해봤다. 그들이 그려 낸 아시아를 쭉 둘러보니, 결코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관계의 실마리가 잡힐 듯하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아시아권역의 동시대 예술가 17명과 함께 '상상적 아시아'전을 연다. 총 23점의 작품이 출품됐는데, 이번 전시는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영상 장르를 굳이 구분하는 일이 무의미하다. '무빙 이미지'를 통해 다양한 영상들이 장르를 불문하고 융합돼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해내고 있다.

14 Song Dong_송동
송동 '시작 끝', 2017, 2채널 비디오 영상 설치, 컬러, 무성.

특히 작가의 주관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자기 체화적' 역사쓰기가 두드러진다. 백남준아트센터 서진석 관장은 "문자에서 디지털 언어로 대화하면서 사회적 언어가 개인적 언어의 세계로 바뀌었다.

그만큼 자기 관점에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공동체가 요구하는 공통의 생각을 배제하고 내 머리와 가슴이 느낀 솔직한 생각을 드러내라. 이것이 상상적 아시아를 즐기는 관람 포인트다.

세계 미술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거나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인지라, 작품마다 꽤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전시장 의자에 앉아 차근차근 작품을 끝까지 보기에 지루하지 않다. 이 중에서도 최근 우리와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과 중국 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띈다.

일본의 아이다 마코토 작가의 '자칭 일본 수상이라 주장하는 남성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는 모든 국가와 관계를 끊고 자국 안에서만 살아가자고 연설하는 일본 수상이 출연한다. 어눌한 영어문장이 더해져 이상한 주장이라 느껴지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의 송동 작가는 이번 전시에 '시작 끝'이란 신작을 선보였다. 전세계 영화 제작사와 필름 스튜디오 로고를 모아 잉크로 그려낸 후 물 속에서 흔들어 이미지를 왜곡하는 방식이다. 흔들리는 로고 이미지가 펼쳐진 영상들 사이를 관객이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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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로 고이즈미 '영원한 처녀', 2011, 공연 기록 영상(스페인 말로크라 소재 푼다시오 필라 이 호안 미로 미술관, 2011년 10월 25일), 컬러, 사운드.

작가는 "영화가 시작하기 전 영화사 로고와 엔딩 장면의 로고를 양 옆에 설치해 내용이 없는 영화 사이를 관객이 지나가며 스스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서구 근대화와 자본주의의 상징인 영화산업이 우리를 허상과 망각 속에 가둬두고 있는 현실을 깨고 싶었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베트남의 딘큐레 작가의 '모든 것이 재연이다'와 '네 순간의 세계무역센터'도 인상적이다.

'미국'을 상대로 과거 전쟁을 펼쳤던 베트남의 작가가 일본 군인 코스프레를 즐기는 일본인 남자를 조명한 작품인데, 실제 전쟁을 꼼꼼히 리서치해 전쟁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남자를 관찰하며 베트남 전쟁을 새롭게 학습하는 작가의 자기 성찰이 돋보인다.

특히 작품 말미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은 아닐까" 라며 전쟁 재연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전한다.

전시는 끊임없이 역사는 사람의 일이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7월 2일까지 전시는 계속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