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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헌법재판소장 대행이 지난 10일 오전 11시부터 21분 간 박근혜 탄핵 판결문을 낭독할 때 박근혜 이름은 '피청구인(被請求人)'이었다. 마치 성은 피씨, 이름은 '청구인'처럼 들리다가 '박근혜를 탄핵한다'는 맨 마지막 말에서야 '박근혜'로 호명됐다. '최서원'은 또 뭔가. 다수 국민들이 '최서원이 누구지?' 했을 게다. 촌스런 이름 순실보다 개명한 '서원'으로 불러줬다는 거다. 그런데 자기는 잘못이 없다던 '피청구인'이 '맹세하고 간절히 원했던' '서원(誓願)'은 여지없이 빗나가 탄핵되고 말았고 촛불과 태극기는 웬만한 희비쌍곡선이 아니라 크나큰 경사 집과 초상집으로 엇갈려버렸다. 촛불 쪽은 모두가 얼싸안고 환호성을 질렀고 흔희작약, 만세를 부르는가 하면 꽹과리에다가 샴페인과 폭죽까지 터뜨렸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고 3·10 탄핵절을 국경일로 정하자는 촛불 편도 있었다'고 전했다.

반대로 태극기 쪽은 3명의 사망자를 내 진짜 초상집이 돼버렸고 '피청구인' 탄핵 소식에 최순실은 대성통곡했다는 거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체슨시루가 호읍(號泣)했다'고 썼다. 목 놓아 소리 내어 우는 게 號泣이다. '피청구인'과 최서원은 그런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일까. 북한은 전혀 이례적으로 두 시간 만에 속보로 탄핵을 전했고 CNN은 'Park Out'이라고 해 '청와대 공원이 망가졌다'는 소리로 들렸다. 뉴욕타임스는 '내쫓겼다(ousted)', 워싱턴포스트는 '뇌물 스캔들(bribery scandal)'이라고 했고 인민일보는 '박근혜 시대가 시커멓게 끝났다'고 보도했다. 黑+音의 '검을 암'자를 써 '암연히 종결됐다'는 거다. 그런데 촛불의 지나친 가무 도약은 초상집 앞의 예의와 도리가 아니고 태극기의 헌재 판결 불복도 옳지 않다. 더구나 앞장서는 대선 주자들 추태라니!

문재인은 그저께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에도 no 할 수 있어야 하고 김정은을 대화상대로 인정해야 하며 사드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북한과 중국이야 귀가 솔깃하겠지만 뉴욕타임스는 DJ, 노무현 노선에 우려를 표명했다. 불붙은 보궐 대선전(戰)이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로 몰고 갈지 관심거리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