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잘 몰라도 삼성은 안다'
1950년대 중반 재벌 단어 등장
형성 시기 빨랐던 곳부터 게재


2017031301000897900042971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
2010년에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기업인 등으로부터 '최고의 평가와 찬사를 받은(admired)' 세계적 기업 50곳을 선정했다. 1위에 랭크된 미국 애플사를 비롯한 구글, 버크셔헤서웨이, 존슨&존슨, 아마존닷컴, BMW, 소니, 스타벅스 등이 뽑혔는데 한국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42위에 올랐다.

그해에 삼성전자는 세계최대의 전자업체로 등극했다. 세계인들이 '한국'은 잘 몰라도 '삼성'은 안다는 말이 실감된다. 상당수의 해외 소비자들은 아직도 '삼성'을 최선진국의 브랜드로 알고 있단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와 기업의 발전에 대한 자신감이 자취를 감추었다. 장기불황 때문에 재벌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탓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파문은 설상가상이었다. 삼성전자의 나라가 세계적인 부패공화국으로 비쳐진 것이다.

재벌이란 일본고유의 문화유산인 '자이바츠(財閥)'에서 비롯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경제를 지배했던 대기업집단을 지칭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사례가 미쓰이(三井), 미쓰비시(三菱), 스미토모(住友), 야스다(安田), 후루카와(古河) 등이다. 이들은 일본의 근대화과정에서 정부의 비호 하에서 급성장했다.

일본 제국주의의 전위기구이기도 했다. 1931년 만주사변 이후 군국주의화 과정에서 일본군부와 일체화되어 한국, 대만, 중국 등 주변지역 침략에 상당히 기여했다. 그 결과 자이바츠들은 1945년 일본패전 후 연합군 측에 의해 전범(戰犯)처리 차원에서 해체되었다.

우리나라에 재벌이란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다. 해방과 한국전쟁으로 특징짓는 과도기에 귀속재산 불하와 원조물자 배정, 정부발주사업을 정경유착 등 비정상적 방법으로 수주받아 단기간에 막대한 이익을 챙겨 졸부가 된 기업가 내지 그런 유형의 대기업집단을 지칭했던 것이다.

특히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압축성장 과정에서 재벌들이 양산됐다. 정부주도의 공업화로 국민소득이 크게 신장하고 실업률이 대폭 축소되는 등 엄청난 성과를 냈다. 정부가 연출한 드라마에 기업가와 노동자들이 배우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낸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 대마불사 신화에 도취된 기업들은 차입경영을 통해 외형을 부풀렸고 이로 인해 한국경제는 소위 30대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로 고착되었다. 그 결과 몇몇 재벌들의 경영실패가 한국경제 전체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는데 1997년 12월에 초래된 외환위기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외환위기는 한국자본주의로 하여금 종래 정부주도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고도화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분수령이었다. 재벌 또한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글로벌 스탠더드 위주의 체질개선을 강요받았다.

그 와중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LG전자, SK에너지 등은 글로벌 리더기업으로 급부상했으며 여타 재벌계 대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지는 등 재벌위주의 경제력집중은 한층 심화되었다. 반면에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 투자부진 등으로 양극화도 확대되었다. 한국의 자본주의는 재벌자본주의인 것이다.

이렇게 한국자본주의의 중심에 있는 재벌들의 성장과정이 궁금했다. 매주 재벌들의 성장과정을 연재하는데, 창업 시점이 아닌 재벌형성 시기가 빨랐던 대기업집단부터 순서대로 게재한다.

/이한구 수원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