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이 끝났다. 7월이면 대부분의 회사가 주5일 근무에 들어간다. 휴가철을 맞아 고속도로는 행락차량으로 넘쳐나고 휴게소마다 사람들로 가득찰 거다. 우리가 노리는 건 한껏 들뜬 사람들의 호주머니속 지갑과 목걸이다. 여름 한철 장사를 위해 1년을 기다렸다. 우린 지금 한탕을 위해 고속도로로 향한다'.

 바야흐로 소매치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주말 나들이객이 크게 늘면서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이용객들이 급증하자 이들을 노리는 소매치기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영동고속도로 상·하행선 휴게소에서 남자 손님들만 노리는 3~4인조 '굴레따기' 일당이 극성이다.

 지난 25일 오후 1시께 강원도에서 낚시를 하고 돌아오던중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A휴게소에 들른 정모(42)씨. 정씨가 화장실에서 나오던 순간 한 40대 남자가 갑자기 자신의 다리쪽으로 손을 뻗쳤다. 놀란 정씨가 허리를 굽혀 막으며 “왜 이러냐”고 외치자 옆에 있던 또다른 남자가 “안경이 떨어져서 그랬다”며 거들었다. 민망해진 정씨가 “그러냐”며 열 발자국쯤 걸었을까? 목에 걸려있던 금 12돈쭝짜리 목걸이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느꼈다. 정씨는 “이미 뒤를 돌아봤을땐 사라지고 없었다. 아무 느낌도 없었고 눈치도 챌 수 없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에 앞서 오전 11시께에는 같은 지점의 하행선 B휴게소서 똑같은 수법으로 남자 고객이 금목걸이를 잃어버렸고 10여일전에도 같은 A휴게소에서 40대 고객이 15돈쭝짜리 금목걸이를 소매치기 당했다.
 이는 소매치기중에서도 속칭 '굴레따기'수법으로 여러 명이 피해자 한사람을 둘러싸고 동전 등을 떨어뜨린뒤 피해자가 고개를 숙일 때 도구를 이용, 목걸이 등을 끊어가는 수법이다.

 그러나 피해자 대부분이 신고를 포기, 다른 휴게소를 감안하면 비슷한 피해사례는 훨씬 많은 것으로 보인다. 휴게소들도 발생사실이 다른 휴게소에 알려질까봐 쉬쉬하는데 급급하다.
 B휴게소 관계자는 “다른 휴게소에서 그같은 사건이 발생한 줄은 몰랐다”며 “나쁜 일이 일어나면 다른 곳(휴게소)에 오히려 알리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