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가 없다던 차에 다른 차 엔진이 얹혀 있는데도 매매상의 책임이 없다면 소비자는 어쩌란 말입니까"

수원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승용차를 산 사람이 뒤늦게 자기차에 다른 차종의 엔진이 달린 것을 발견했지만 매매상이 보상을 회피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원 김규택(49.안산시)씨는 유명 포털사이트 중고차매매 게시판에 오른 매물을 보고 지난 2월 11일 수원시 장안구 중고차 매매단지에 입주한 F업소을 찾아 1997년식 3천600㏄급 엔터프라이즈 승용차를 619만원에 샀다.

비슷한 조건의 차에 비해 100만원 이상 싼 점이 좀 이상했지만 김씨는 "전 주인의 급한 사정으로 싸게 나온 것일 뿐 무사고에 하자 없는 차"라는 판매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석달이 지난 5월 20일에 엔진오일이 새는 것을 발견한 김씨는 집 근처 정비업소를 방문했다가 정비사로부터 '엔진이 이상하다'는 깜짝 놀랄 말을 들었다.

확인 결과 3천600㏄ 엔터프라이즈 엔진이 장착돼 있어야 할 김씨의 차는 연식을 알 수 없는 데다 배기량까지 적은 3천㏄급 포텐샤 엔진이 들어앉은 불법개조 차량이었다.

김씨는 환불을 요구했지만 판매원은 "거래 당시 검사소에 들렀을 때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나오지 않았느냐"며 "진짜 책임을 져야 할 불법개조한 전 주인을 찾을 때까지는 보상이 어렵다"고 답했다.

김씨는 이때부터 소비자보호원, 경찰, 시청을 돌아다니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중고차매매를 둘러싼 현행법의 한계만 절실히 느껴야 했다.

소비자보호원은 중재권만 있을 뿐 강제조정권이 없어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어 찾은 경찰에서는 자동차 매매상이 고의로 자신을 속였는지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고 10번이 넘게 바뀐 전 주인 가운데 누가 불법개조를 했는지 밝힐 수도 없었다.

김씨는 자동차관리법 조항을 뒤져 매매상이 자신에게 당연히 교부했어야 할 품질보증서류(자동차 성능점검기록부)를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이에 대해서도 수원시청은 고작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을 뿐이었다.

김씨는 "사람으로 치면 심장이나 마찬가지인 엔진이 뒤바뀐 차를 팔아놓고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매매상 사람들을 보면서 다시는 중고차를 사지 말아야겠다는 결심만 굳혔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중고차 거래에서 억울함을 느낀 소비자들의 수는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나타났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313건이던 중고차 민원은 작년에 412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지난 27일까지만 295건이 접수됐다.

소비자보호원 자동차팀 관계자는 "현행법상 매매상의 책임을 입증하기가 쉽지않은 데다 처벌도 과태료에 그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불편을 무릅쓰고 법원에 소액 민사소송을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