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꼼꼼히 따져보자. 대선 주자 남경필로 이목이 집중된 건 레이스 초기 시점이었다. 당시 그는 모병제와 사교육 퇴출, 수도이전을 말했다. 전자는 현실 가능성이 떨어지고, 후자는 누군가가 한번 써 먹었던 아이템이다. 생활을 말하고 철학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서민의 관심사와 멀어진 이야기가 대중과의 괴리감을 갖게 했다.
대한민국에선 국방은 신성한 국민의 의무고, 교육은 죽기 살기로 매달려야 하는 과제다. 어설프게 건드렸다간 상처만 더 키운다. 수도권에 기댄 인구가 대한민국의 절반인데, 수도 이전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철물점 아들(안희정 충남지사)이 '놋쇠 수저'를 내놓자 '부러진 금수저'로 또 다른 계급론에 편승했다. 종편 등에 동반 출연하며 시너지 효과를 노렸지만, 반사효과만 놋쇠 수저가 가져갔다.
사실 현재 뉴페이스 대권주자 중 남 지사 만한 스펙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5선 의원에 경기지사를 역임하면서 행정력을 더했다. 대선에 서류심사가 있다면 예심만은 단연 1등이다. 경기지사로 현재 대선정국의 히트 아이템인 '연정'을 한국 정치사상 최초로 연착륙시켰고, 판교테크노밸리 성공 등 일자리 창출에도 일가견을 보였다. 공유적 시장경제 등 세계적 흐름도 빨리 받아들인 젊은 감각은 물론 블록체인·오디션 등을 활용해 행정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때문에 그가 경기도에서 보여준 비전과 성과를 대한민국의 정책방향에 적용해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지사로서 민생현장을 누빈 생활정책으로 승부수를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아직 반전의 기회는 있다. 적합한 후보를 찾으려는 국민의 꼼꼼한 평가가 시작되면, 남 지사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남 지사가 지금껏 하지 못한 감동을 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 '가시덤불에서도 꽃이 핀다'(남 지사 수필집 제목 인용).
/김태성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