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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불이신(病不離身)이다. 늙으면 병이 떠나지 않는다. '사백사병(四百四病)'이라는 말도 있다. 인간의 5장(五臟)에 있는 각각 81종의 병 중 마지막 '죽음 병'을 제외한 404종의 병을 일컫는 말이다. 그 정도야 약과다. 생명보험회사 창구에 걸린 인간의 질병은 무려 6천656가지다.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평생 24가지의 중병을 앓아 '걸어 다니는 병원'으로 불렸고 당나라 시성(詩聖) 두보(杜甫)와 세종대왕도 온갖 잡병에 시달렸고 장수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암살당한 북한 김정남도 병주머니였다고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지난 1일 보도했다. 그가 메고 있던 검은 룩색 속에서 말레이시아 경찰이 확인한 약품은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약 외에도 다수였다. 2011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아버지 김정일도 호르몬 밸런스 약 등 가지가지 약을 달고 살았다. 김정남은 살았어도 단명할 거다.

말레이시아가 지난 13일 김정남 신원을 공식 확인하기까지는 일본과 중국이 기여했다. 2001년 5월 일본 나리타(成田)공항에서 위조여권으로 입국하려다 채취당한 그의 지문을 제공했다고 지난 12일 마이니치(每日)신문이 보도했고 중국도 마카오 등에 보관된 지문 기록을 보냈다고 14일자 말레이시아 신문 The Star가 전했다. 그런데 발칙한 북한의 억지주장이야말로 천벌 감이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김인룡 차석대사가 엊그제 유엔본부 기자회견에서 '(독극물) VX는 미국에서 제조돼 남조선을 통해 반입됐을 것이다. 미국과 남조선이 조선의 이미지를 더럽히려고 저지른 무모한 행동의 산물'이라고 했다. VX는 말레이시아에 장기 체류한 북한 공작원이자 화학자 리정철이 현지에서 정제(精製)했을 것으로 전 세계 언론이 보도했건만….

윤병세 외무장관은 지난달 22일 유엔본부 기조연설에서 '안보리 결의 위반을 거듭하고 있는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말대로 안보리 결의 위반을 밥 먹듯 하는 북한의 회원국 자격을 왜 박탈하지 않는 건가. 문제의 심각성은 그런 북한을 추종, 동조하는 무리의 세상이 목전에 닥쳤다는 그 점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