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역전땐 해외자금 이탈
한은 "연내 인상 가능성 높다"
대출금리 1%p 올라도 9조추가
투자·수요 준 부동산시장 위축
신흥국 경기 의존 업종도 차질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가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또다시 0.25%포인트 인상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국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지만, 앞으로 불가피하게 이어질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융시장 및 가계의 충격파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영향 역시 우려되는 사안이다. 아울러 글로벌 경제에까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가 확산 될 경우, 경기회복의 동력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출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 美 기준금리 3%까지…한국 금리인상 압박
연준은 16일 새벽(한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의 0.50~0.75%에서 0.75∼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그래픽 참조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결정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의 경제가 계속 좋아지면 연준의 기준금리를 3%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약 3∼4개월에 한 번씩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오는 2019년 말까지 3% 수준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처럼 미국 기준금리가 연속적으로 인상될 경우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역시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경제침체에 따른 완화정책으로 2014년 8월부터 5차례나 인하했고, 지난해 6월부터는 1.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 측은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완화정책을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인상할 경우 금리 인상 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이 현실화 될 경우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자금이 무더기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외자금 이탈은 주가 급락과 외환 위기, 기업경영 위기, 부동산시장 폭락, 금융시장 위기 등을 연쇄적으로 불러올 수 있는 문제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내지 연말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가계부채 발 금융위기 우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시중 금융기관의 금리도 오르게 되고, 가장 우려되는 '가계부채 발(發) 금융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국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이자가 9조 원에 달한다.
이미 은행 등 금융권 부채를 제 때 갚을 수 없는 한계가구가 부채 보유 가구의 20%인 200만 가구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한국신용평가 분석)에서 이같은 추가 이자 부담은 많은 가계를 '파산 상황'으로 몰아넣고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촉발하게 된다. 한계가구 뿐 아니라 경영이 악화 된 한계기업들도 비슷한 운명이다.
금융당국이 이날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금융위·금감원 합동 리스크 점검회의'를 열어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가계부채가 늘어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위기감 때문이다. .
■초조해진 부동산시장
금리 인상은 부동산시장에도 악재다. 이자 부담에 쫓긴 가계와 기업이 부동산을 처분하면 수요-공급의 균형이 무너져 가격 급락을 초래하게 된다. 가뜩이나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될 경우 부동산 투자와 수요마저 줄어든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미국 금리 인상은 결국 국내 시중금리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에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요인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경우 건설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쳐 가뜩이나 침체된 경제를 더욱 침체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수출시장도 우려감
또 하나의 문제는 수출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우리나라는 침체 된 경제를 수출 회복세가 견인하고 있는 상황인데, 수출마저 주저앉게 되면 경제회복의 동력마저 잃게 된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기도 경제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수출시장의 여파는 환율 등의 영향보다는 우리나라 수출 대상국의 상황이 더 변수다.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게 되면 신흥국 경제가 주저앉아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석유화학, 자동차, 일반기계, 가전 등 신흥국 경기에 많이 의존하는 업종이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경기도는 지난해 아세안지역에 196억 2천800만달러를 수출했다. 전체 수출의 19.2%다. 중동에는 37억 1천700만달러(3.6%), 중남미에는 21억9천200만달러(2.1%)를 수출했다.
반면, 미국 금리 상승이 달러화 강세를 유발할 경우에는 수출에서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특히,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은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실적개선이 예상된다.
/박상일·이원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