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보궐선거요? 처음 듣는 이야긴데요. 관심 없습니다."

대통령 파면에 따른 '장미대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뜨겁지만 이에 앞서 치러지는 벚꽃(4월12일) 재보궐 선거는 유권자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대선 한달 전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장미대선'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풍향계인데도 유권자들의 눈은 대선에만 쏠려있는 실정이다. 하남·포천(기초단체장)·용인(광역의원) 등 도내 재보궐 선거에 시민들 대다수는 선거가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해 또 한번 깜깜이 선거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교범 전 하남시장의 당선 무효형 확정으로 재보선이 치러지는 하남시. 지난 17일 기자가 찾은 이곳의 예비후보자들은 나름대로 얼굴을 알리려 동분서주하는 반면, 정작 시민들은 다음달 있을 선거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신장1동에서 만난 문일환(50)씨는 "며칠 전 우연히 예비 후보자 현수막을 보고 '선거철도 아닌데 왜 저걸 걸어놨지'라는 의문을 가졌다"고 말했다. 신장시장의 한 상인도 "전 시장이 누구였는지, 다음 시장이 누가 될지 관심도 없다"며 "후보자들이 정해지면 시장에 인사 올거 아니냐? 그때 인상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광역의원 선거가 있는 용인시 동백동 일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상가밀집지역에서 만난 주부 장선희(43)씨도 "다음달 도의원 선거를 하냐? 왜 우리만 도의원 선거를 다시 하냐"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농촌지역으로 분류되는 포천은 그나마 지역민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농번기이자 평일인 투표일에 농민과 근로자 등이 얼마나 투표장으로 발길을 옮길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특히 이번 재보선은 급작스레 결정된 조기 대선의 영향으로, 안 그래도 저조한 관심이 더욱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직전 재보선(2016년 재보선은 총선과 병행실시)인 2015년 진행된 10·28 재보궐선거가 20.1%의 투표율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재보선의 투표율은 10%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재보선 투표율이 워낙 낮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며 "20% 투표율이면 전체 유권자 10%의 지지만 받아도 당선이라는 이야긴데, 과연 대의민주주의에서 대표성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정치권·유권자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함은 물론, 선관위도 투표율 제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성·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