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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국인 이름표기에 엉큼한 저의가 있는 건 아닐까. 지난달 방한한 매티스(Mattis) 미 국방장관은 '馬체斯(마체사)'로, 이번에 일→한→중을 방문한 틸러슨(Tillerson) 국무장관은 '체勒森(체륵삼)'으로 표기했기 때문이다. 중국 발음은 각각 '마띠쓰'와 '띠러썬'이다. 그런데 미국의 두 장관 이름에 왜 하필 '꼭지 체(체)'자를 찍어다 붙인 것인가. 꼭지란 금방 물러 떨어지는 거 아닌가. 그래서 그랬나? 체자뿐 아니라 帝, 第, 遞 등도 같은 '띠' 발음이건만…. 어쨌든 틸러슨 장관은 지난 16일 도쿄 미·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과거 20년 북한 비핵화 정책은 실패했다. 새로운 방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 한 술 더 떠 '그들(북한)이 미국을 가지고 놀았다(They have been playing the United States)'고 덧붙였다. 일본 언론은 또 그 말을 받아 '북한이 미국을 공기 돌(手玉) 놀리듯 했다'고 전했다.

17일 한·미 외무장관 회담에서도 대북 공조와 사드 문제에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다음날 미·중 외무장관 회담은 어땠던가. 틸러슨과 왕이(王毅)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 북핵 문제 공동대처와 '충돌 않고 대립 않기(不충突不對立)'엔 합의했지만 왕이는 '양국(미·북)간 대화를 통한 평화적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또한 북핵과 한·미 군사훈련은 동시에 중지돼야 한다고 했다. 사드 문제 역시 양국은 평행선을 달렸다. 게다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누구도 자기 집 문간에서 소란을 피우는 걸 바라지 않는다'며 한·미·북의 자제를 강조했다. 어제 틸러슨의 시진핑 면담도 의례적인 협력 수사(修辭)로 그쳤고….

북한은 연일 독설을 퍼부었다. 한·미 군사훈련과 미국의 첨단 군사장비 도입을 언급, '쓸어버리겠다'고.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 박명호 공사는 또 엊그제 AP통신 등 외신 기자회견에서 '남조선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과 사드 배치야말로 조선반도 평화를 깨는 행위이며 조선의 핵 개발은 어디까지나 자위적인 정당한 권리'라고 했다. 어처구니없는 적반하장 아닌가. 그 아우에 그 형이 북·중이다. 중국은 사시사철 한국 쪽으로 날리는 미세먼지만 해도 백배사죄해야 도리거늘….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