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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에 개봉한 SF 영화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를 보면 주인공인 '마티(마이클 J. 폭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 과거(1955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미래에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될 사람이 한 악당의 방해로 사귀기 어렵게 된 것. 만약 두 사람이 맺어지지 못한다면 마티 자신도 태어날 수 없게 돼 절명의 위기에 빠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댄스파티에 참가해 성공적인 첫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마티는 무대에 올라 일렉트릭 기타를 들고 신나는 로큰롤 곡을 연주하게 되는데 그 곡이 바로 'Johnny B. Goode'이다. 그 당시로선 상상할 수도 없었던 파격적인 곡을 선보이자 밴드의 멤버 중 한 명이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그리고는 "척(Chuck)! 자네 새로운 사운드를 찾고 있었지? 이걸 들어보라고…" 하며 수화기를 통해 마티의 연주와 노래를 들려준다. 여기서 등장하는 '척'은 로큰롤의 대부 척 베리(Chuck Berry)를 말한다. 말하자면 척 베리가 미래에서 온 아마추어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우연히 듣고 로큰롤의 명곡인 'Johnny B. Goode'을 만들게 됐다는 재미있는 설정인 것이다.

1926년 세인트 루이스의 한 성직자 가정에서 태어난 척 베리는 로큰롤의 개척자로 꼽히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위대한 기타 연주자였다. 청소년의 삶에 중점을 둔 작사와 기타 솔로, 쇼맨십을 통해 록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실 비틀스가 무명시절에 연주했던 곡들 대부분이 척 베리의 것이었다. 그는 고교 재학 당시에는 무장강도 혐의로 소년원에 가기도 했고, 1950년대 말에 여러 히트곡을 발표하며 영화 출현, 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등 인생의 굴곡도 많았던 사람이다. 1984년에는 그래미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고, 1986년에는 레이 찰스, 제임스 브라운과 함께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18일 9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국내외 대중음악계에서는 그를 추모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트레이드 마크처럼 다리를 쩍 벌리고 기타를 치는 그의 모습은 록 음악의 상징으로 역사상 길이 간직될 것이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