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내항 준공 이후 새우·꽃게·젓갈시장 부상
해풍 곁들인 싱싱한 해산물… 명물 꼬마열차 전시
화마·물난리 고초, 땜질식 처방 아닌 근본책 시급
실향민이 정착한 조그만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소래포구는 매년 800만명이 넘게 찾는 수도권 대표 관광지로 성장했다. 서울에서 멀리 가지 않고서도 바다의 정취와 함께 싱싱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고, 옛 수인선 협궤열차가 오가던 소래철교와 열차가 전시돼 있어 옛 추억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게 소래포구의 매력이다.
주변 고층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밀물 시간에 맞춰 200여 척의 어선이 포구에 드나드는 흔치 않은 광경을 선사하는 도심 속 포구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소래포구역이 있는 수원~인천간 복선전철인 수인선 인천 구간이 우선 개통되면서 대중교통 접근성도 더욱 좋아졌다. 가을이면 올해로 17년째를 맞는 소래포구축제가 열려 각종 행사와 함께 김장철 젓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소래포구를 찾은 관광객은 845만9천여명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았다. 소래포구의 뒤를 이은 용인 에버랜드(666만9천여명), 롯데월드(506만1천773명) 등 수도권 관광지를 한참 앞섰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3년부터 입장료를 받지 않는 관광지 방문객 규모를 조사하지 않기 때문에 이후 공식적인 소래포구 방문객 통계는 없지만, 수인선 개통 효과 등으로 방문객은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소래포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옛 수인선 협궤열차의 추억이다. 1937년 개통해 남인천역에서 소래철교를 건너 수원역까지 52㎞ 거리를 달린 협궤열차는 레일 사이의 간격이 표준궤(143.5㎝)의 절반(76.2㎝)밖에 되지 않아 '꼬마열차'로도 불렸다.
일제가 소금과 쌀 등을 수탈할 목적으로 놓은 철도였다가 해방 이후 철로변 주민과 학생들이 애용했다. 버스 등 대체 대중교통수단이 늘어나고, 자가용 보급이 확대되면서 이용객이 점점 줄어들다가 1995년 말 경제적인 이유로 운행을 중단했다.
소래포구는 1981년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로케이션 장소가 되기도 했다.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인천(Inchon)'인데, 007시리즈로 유명한 테렌스 영(Terence Young)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당시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오, 인천(Oh, Inchon)'으로도 불리는 이 영화는 약 4천4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투입했지만, 흥행에는 참패했다.
소설가 윤후명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의 소래포구를 배경으로 쓴 소설 '협궤열차'에서 당시 영화촬영장면을 이렇게 묘사했다.
'테렌스 영 감독이 오래 전에 공작창에 처박아둔 증기기관차까지 동원하자 수인선 주변은 가벼운 흥분상태에 빠져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 흥분 상태는 무턱대고 활기에 찬 것이라기보다 마치 죽기 전에 예전에 고왔던 시절의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마지막 바깥나들이를 한 할머니처럼 느껴지는 것은 모두에게 공통된 점이었다.'
소래포구가 전국적인 관광지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인천내항이 준공한 1974년 이후다. 인천 앞바다에서 새우잡이를 하던 소형 어선들은 내항 출입이 어려워지자 한산했던 소래포구로 몰려들었고, 포구에는 새우 파시(波市)가 형성됐다. 새우·꽃게·젓갈시장으로 급부상한 소래포구에는 생선회 등을 파는 수백 개의 좌판이 생겨났다.
덕적도 출신의 시인 장석남은 노을이 지는 소래포구의 풍경을 이렇게 노래했다.
'저녁이면 어김없이 하늘이 붉은 얼굴로/뭉클하게 옆구리에서 만져지는 거기/바다가 문병객처럼 올라오고/그 물길로 통통배가/텅텅텅텅 텅 빈 채/족보책 같은 모습으로 주둥이를 갖다댄다(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중 '소래라는 곳' 중에서).
지난 18일 새벽 화마(火魔)가 덮친 소래포구는 물난리로도 고초를 겪는다. 해안가 저지대인 소래포구는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백중사리나 달과 지구가 가까워져 달의 인력이 강해지는 '슈퍼문(super moon)' 때에는 어시장 좌판상점 바닥까지 물이 차오르는 일이 부지기수다.
지난 2015년 10월과 2016년 10월슈퍼문 현상 땐 상점에 있는 상인들 무릎 밑까지 물이 차올라 영업조차 하지 못했다.
2010년 이후 소래포구에 대형화재만 3차례나 발생했다. 잦은 재난·사고로 방문객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정부와 인천시가 최근 화재와 관련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더는 '땜질식 처방'에 그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래포구는 태생부터 불법건축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각종 재난의 위험성을 안고 운영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소래포구 어시장 일대에 지정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국가어항 지정 등이 꼽힌다.
인천 남동구는 2013년 소래포구 어시장 일부 지역을 그린벨트에서 해제시키고, 국유지인 토지를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 땅에 종합어시장을 지어 포구 일대에 흩어져 있는 좌판을 모은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 사업이 멈춰있는 상태다.
소래포구 국가어항 지정은 2014년부터 타당성 용역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이 진행됐고, 현재 국가어항 지정에 따른 사업예산 등을 놓고 정부와 지자체가 협의 중이다. 소래포구가 국가어항으로 지정되면 물양장(소형선박부두), 수산물 위판장, 각종 어민 편의시설·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을 전액 정부예산으로 추진할 수 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