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공원은 일제 강점기에는 전쟁 군수 물자를 조달하는 일본 육군 조병창이었고, 해방 직후에는 미군기지, 그다음에는 한국부대로 사용되다 2002년에야 시민에게 개방된 곳이다. 이곳에서 부평의 첫 3·1절 행사를 연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지난해 늦은 가을 인천시민들이 귀한 성금을 모아 세운 작은 주먹을 불끈 쥐고 서 있는 '인천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제에 맞선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행사여서 감동이 더했다.
그간 인근 주민들은 소녀상에 털모자와 목도리를 따뜻이 걸쳐주고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등 소중히 돌봐왔다. 이날 시민단체의 '소녀상을 지키는 평화의 소나무' 5그루를 심는 행사도 함께 열려 인천 시민 사회의 애국심이 더욱 빛났다.
기미년 3·1운동 당시 부평에서도 독립만세운동이 장터에서 열렸건만 별도로 뜻을 기리지 못하다가 인천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계기로 뒤늦게나마 부평구 자체적으로 소녀상 앞에서 3·1절 행사를 열게 되니 부평의 독립운동과 보훈단체 시민들은 한결 감회가 깊은 듯했다.
153㎝ 높이의 소녀상을 둘러싸고 또래 아이들인 부평구립소년소녀합창단이 '아! 조국이여' '무궁화' 등을 부를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이런 꽃다운 소녀들이 다시는 끔찍한 고통과 비극을 겪지 않도록 역사를 바로 알리고 정의롭고 당당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최근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부평공원 인천평화의 소녀상 건립에 이어 인천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도 추진, 내년에는 더 의미 있는 3·1절 행사를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군수생산기지인 인천지역에는 확인된 징용 인원이 3만 명에 달할 정도로 뼈아픈 일제 강제동원의 과거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이에 항거한 노동자들의 투쟁 역사가 간직돼 있다. 부평은 일본육군 조병창, 미쓰비시 중공업, 흥중상공 등의 군수물자 생산지이자 징용의 현장이었던 만큼 일제 수탈이 어느 곳보다 심했다.
따라서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은 인천 역사를 바로 세우는 또 다른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지지를 보낸다.
부평에는 아직 44만㎡에 달하는 넓은 부지를 미군이 점유하고 있다. 2014년 우선 반환이 결정된 22만 9천여㎡조차도 여러 이유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1937년 일본군에게 조병창 등으로 빼앗긴 후 80년 가까이 철조망에 가려진 채 인천시민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출입금지'의 공간이 되고 있다.
그래도 부평은 오는 6월에 시대 정신을 기리는 민중 음악제 '솔아 솔아 음악제'도 열고, 시민단체와 함께 '6·10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행사'도 부평역 일대에서 가질 예정이다.
마침 얼마 전 3만여 명 구민 투표로 선정된 2017년 부평구 대표도서 '푸른 늑대의 파수꾼'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어 우리 구민들은 책 읽는 올 한 해 내내 부평공원의 소녀상을 기억하고 그 의미를 더욱 새길 것이다.
3·1운동 100주년을 2년 앞둔 이즈음 부평에선 진정한 자주독립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정의와 평화의 정심이 힘차고 생기 있게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홍미영 인천 부평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