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친애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수십만명의 고객정보를 빼돌려 대부업체에 넘긴 은행원과 중개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3일 고객 대출 상담 정보를 유출한 혐의(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무등록 대부중개업자 정모(36)씨를 구속하고, 동업자 변모(36)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대출상담 고객정보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JT친애저축은행 박모(36) 차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2월 19일 고양시 일산동구의 상가건물에 사무실을 차리고 전화상담원 8명과 관리자 2명을 고용한 뒤 28만4천여명의 대출상담 고객의 이름과 연락처를 빼냈다.

정씨는 이렇게 빼낸 정보로 89명에게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에서 신용대출과 대환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알선해 수수료 2천800만원을 챙겼다.

정씨는 과거 시중은행에서 함께 일하면서 알게 된 박씨로부터 저축은행 대출상담 고객관리자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이트에는 42만7천여건의 개인정보가 저장돼 있었고, 정씨는 사이트에 수시로 접속해 고객정보를 손쉽게 빼낼 수 있었다.

최근 대출상담을 받은 고객정보인 만큼 대출 중개 성공률은 높았고, 정씨는 2개월 동안 13억원 상당의 대출 중개를 성사시켰다.

박씨는 경찰에서 "정씨가 사업실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도와주기 위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했다"며 "대가성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저축은행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금융감독원에 통보하는 한편 추가 피해 사례가 있는지 확인 중이다.

또 특정 IP에서만 사이트 접속이 가능하도록 설정된 보안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은 점을 토대로 누군가 보안프로그램을 해제한 건지 처음부터 작동이 안 된 건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의정부/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