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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분향소 찾은 시민들-세월호가 침몰 1천73일 만에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후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학교앞 오래된 분식집 문닫아
식당·가게 인양소식 귀기울여
유족들 "일부러 미뤘나" 분노
65만4898명 추모객들 다녀가


"그동안 다들 너무 힘들었습니다. 인양과 후속절차가 잘 마무리돼 단원고 희생 학생과 유족들, 시민들이 아픔을 털어내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천73일 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23일, 안산은 인양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며 가슴 저미는 아픔을 삭이고 있었다.

단원고가 위치한 단원구 고잔1동과 와동에는 색이 바랜 낡은 노란 현수막들이 여전히 바람에 나부꼈다. 단원고를 중심으로 북쪽의 와동, 남쪽의 고잔1동은 단원고 피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살던 곳이다. 학교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분식점으로 알려진 한 분식집은 이 날 조용히 문을 닫았다.

이곳을 운영하는 부부는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토스트·김밥·떡볶이를 팔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식당이나 가게들은 평소와 다름 없이 문을 열고, 시시각각 변하는 인양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분위기는 무거웠지만, 이제 삶을 지켜가는 모습이었다.

선배들을 떠나보낸 단원고 후배들의 하굣길은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당시 2학년에 재학 중이던 학생들은 지난해 졸업했다.

하지만 후배들은 여전히 선배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2학년 최모(18)군은 "선배들이 하늘나라에서 행복해 졌으면 좋겠다"며 "아직 미수습된 9명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산교육지원청에 임시로 마련된 기억 교실은 미수습된 학생들의 자리를 비워둔 채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수습된 학생들이 사용했던 책·걸상은 현재 단원고 교장실에 그대로 보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억 교실을 방문한 한 추모객은 "널 다시 만날 수 있게 돼 기쁘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다.

안산에 남아 합동분향소를 지키던 유가족들은 납골당을 찾아 자녀들에게 세월호 인양 소식을 전했다.

희생된 2학년 1반 김민지 아버지 김내군(48)씨는 "오늘 오전에 하늘공원에 안치한 딸에게 너랑 네 친구가 탔던 세월호가 인양된다고 알려줬다"며 "막상 세월호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니까 일찍 인양할 수 있었는데 일부러 미뤄왔다는 의구심이 생겨 허망하고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위치한 합동분향소는 생각보다 붐비지 않았다. 몇몇 취재진들과 간간이 들어오는 추모객들만 눈에 띌 뿐이었다. 추모객들은 말없이 한참 동안 희생자들의 사진을 바라보다가 돌아갔다. 합동분향소에는 전날까지 65만4천898명이 다녀갔다.

합동분향소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지만 시민들이 보낸 추모문자 수는 이날 아침에만 3천건을 넘었다. 지난 22일 180건, 21일 360건, 20일 240건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인양 현장이나 안산까지 갈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나마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보낸 것이다.

/김환기·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