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심판 인용 '파면' 불구
박 전 대통령·최순실 혐의 부인
고위공직자·변호사 잘못된 도움
오히려 2·3차 죄악 양산할 '우려'
법률전문가 윤리·인성 강화돼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하여 작년에 세 번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최순실의 '연설문 개입'을 인정하며 사과와 유감을 표현하고, 검찰과 특검 수사에 협조할 것이며, 임기 단축 및 퇴진까지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또한 최순실씨는 작년 10월 독일에서 자진 귀국하여 검찰조사에 출두하면서 "국민 여러분,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세요"라고 했다.
작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압도적 다수로 통과되었고, 지난 2월 1~2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의견이 77.6%였으며, 결국 헌재에 의해 탄핵이 인용되어 파면되었다. 그동안의 특검 수사 결과와 헌재의 탄핵 심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은 사실로 확정되었다. 또한 최순실씨의 범죄행위도 많은 증거와 증언에 의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뒤에도 대통령과 피의자들은 사실관계가 증명된 것도 부인하거나 말바꾸기를 했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기자 간담회와 인터넷TV 인터뷰를 통해 외려 자신의 범죄 혐의를 부인하더니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한마디로 거짓말로 쌓아올린 커다란 산"이라 했다. "오래전부터 기획하고 관리한 세력이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최순실씨도 마찬가지다.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가 싶더니 1월 25일에는 체포영장 집행으로 특검에 출두하면서 "(특검이) 박 대통령과 공동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고 소리쳤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언행이 변화한 것은 법률 전문가들, 즉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와 변호사들의 조언 때문일 것이다. 법률 전문가로서 법률 지식을 정의롭게 사용하지 않는 고위 공직자와 변호사들이 있어서 안타깝다. '법꾸라지'라는 조롱을 들으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궤변을 늘어놓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법률 전문가의 명예와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이들이 풍운의 꿈을 품고 법조인의 길로 들어섰을 때, 처음 판검사나 변호사의 꿈을 꾸었을 때는 적어도 이런 모습의 법조인을 꿈꾼 것은 아니었을 게다. 그들도 여느 인권변호사처럼 정의의 편에 서 약자를 보호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투사의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닐까.
변호사, 의사, 회계사, 건축사, 설계사, 교사 등 각 분야 전문가는 자기 분야에 대하여 열심히 공부하여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한다. 그들이 따로 전문직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권위를 누리고 존경을 받는 이유다. 따라서 변호사가 법률적 조언을 해야 할 때 양심에 비추어 옳은 판단을 해야 한다. 그들의 잘못된 도움이 오히려 2, 3차 죄악을 양산할 수 있다. 법과 양심에 준하지 않는 변호사가 있다면 차라리 인공지능(AI) 변호사로 대체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릇된 생각이 개입하지 않도록 ROSS 같은 AI 변호사를 고용해 법률과 판례를 분석한 뒤 사건에 적합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AI 변호사들은 영화 '변호인'에서 보는 그런 열정적이고 사명감에 찬 판결은 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법률 전문가 양성과정에 엄격한 적·인성 검사와 윤리·인성교육이 강화되어야겠다.
/이재희 경인교육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