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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를 미국에선 Sewol ferry, 일본에선 세우오루號, 중국은 歲月號로 적지만 세월호는 '가는 세월, 유수 같은 세월…'의 그 세월이 아니라 '世越號'였다. '世越'이 무슨 뜻인가. '세상을 넘는다, 초월한다'니까 죽는다는 소리다. 그런 배는 타지 말았어야 했다. 차라리 미인의 눈썹 같은 '細月'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요새 인양 관련 용어도 무슨 뜻인지 알고 듣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조(停潮) 때'는 수위 변동이 없는 때, '소조기(小潮期)'는 작은 조기가 아니라 조수의 흐름, 곧 간만(干滿)의 차가 가장 작은 때다. '묘박'은 닻을 내리고 머무는 錨泊, '고박'은 단단히 묶는 固縛이고 선미 램프(船尾 ramp)는 자동차가 드나들도록 배 아래쪽에 혓바닥처럼 내민 장치다. 바지선(barge船)은 밑바닥이 편평한 화물운반선, 반잠수선(半潛水船)은 절반이 물에 잠긴 Semi submersible ship이고….

봐도 못 보면 문맹이고 들어도 못 들으면 문롱(文聾)이다. 진도 그 곳 고유명사는 어떤가. 팽목항의 팽목이 '彭木'이라면 중국 쓰촨(四川)성에 팽현(彭縣)이라는 고장이 있듯이 彭은 '땅 이름 팽'자다. 진도군 조도면은 '鳥島面'이고 세월호를 집어삼킨 그 거칠고 사나운 물길인 맹골수도는 '孟骨水道'다. 그러나 바위가 거친 섬이라면 猛이 합당한 글자다. 동거차도(東巨次島) 서거차도도 '동 거차도' '서 거차도'로 떼어 발음해야 옳다. 어쨌든 만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 잔해라니, 만시지탄이 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세월호를 인양해 준 회사는 2015년 6월 '중국판 세월호' 둥팡즈싱(東方之星)호를 양쯔(揚子)강에서 인양한 상하이 샐비지(Salvage)다. 그 '동방의 별'은 승객 458명 중 겨우 12명만 구출됐고 세월호처럼 선장은 기관장과 함께 탈출했지만 신기하게도 중국은 그 후 조용하고도 고요했다.

이제 세월호는 목포신항으로 옮겨지는 일만 남았다. 수습 안 된 9구의 시신부터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갖은 악성 루머와 화물 간 비밀이라는 것도 낱낱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인양과 보상비 등 전체 비용이 5천548억원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두 번 다시 되풀이될 수 없는 민족의 비극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