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와 박근혜 처지가 극과 극이다. 오바마는 지금 맨발로 구름 위를 사뿐사뿐 걷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유토피아, 무릉도원 체험이 한창인 거다. 대통령 중책, 트럼프 진영 도청 의혹, 의료제도 개혁 폐지 움직임 등 세속의 고뇌를 지난 1월 퇴임과 함께 훌훌 벗어던진 채 먼저 캘리포니아 주로 날아갔다. 일광욕과 골프를 즐기고 카리브 해의 영령(英領) 버진(Virgin)제도에서는 절친한 영국 실업가 리처드 브랜슨과 해양 서핑을 만끽하기도 했다. 뉴욕에선 브로드웨이 극장의 인기 록 밴드 U2의 보노와 오찬도 즐겼고 지난 중순엔 중부 네브래스카 주에서 원로 저명 투자가 워런 버핏과 오찬 후 다시 캘리포니아 주를 거쳐 하와이로 날아가 골프를 쳤다. 지난주엔 태평양 불령(佛領) 폴리네시아의 테티아로아(Tetiaroa) 섬으로 갔고…. 거기가 어딘가. 수려(秀麗)의 극치,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이 바로 테티아로아고 미국 영화배우 말론 브란도(2004년 80세 별세)의 섬이다.
말론 브란도는 1960년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Mutiny on the Bounty)'을 타히티 섬 북측의 바로 그 테티아로아 섬에서 촬영했고 그 섬에 홀딱 반해 1966~67년 두 차례에 걸쳐 섬 전체를 사들였다. 그리고 대 만족, 1994년 출간된 그의 자서전에 적었다. '테티아로아!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멋진 섬'이라고. 오바마가 그 섬에 한 달간 머물 예정이다. 그 섬의 유일한 호텔인 '더 브랜드(브란도)'는 숙박비가 1박에 2천 달러(약 220만원)다. 지난달 미국 출판사 펭귄랜덤하우스와 자서전 출판 계약금만도 6천만 달러(약 680억원)를 받은 오바마 부부에게는 한 달 호텔비 6만 달러쯤이야 새 발의 피일지도 모른다. 프랑스에선 또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모시자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판이다.
그런 오바마와는 딴판인 박근혜는 지금 뭔가. 현직 대통령의 탄핵 파면만도 정신적인 극형 선고를 받은 격이거늘 어서 구속하라는 촛불 아우성과 함께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야당의 모 대권 경쟁자는 '박정희 묘 옆에 무덤을 파자'고 악을 썼었지만 탄핵 퇴진으로 인해 장차 그럴 자격조차 없다는 거 아닌가. 2017년, 이 나라가 참으로 암담하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