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올바르게 식별해 낸다면
위상 인정받는 계기 되겠지만
제대로 검증조차 못한다면
거짓양산 집단 전락할 수밖에
지금이야말로 신뢰·객관성 바탕
사실 확인 만전 기해야 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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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 한신대 교수
최근 언론에 가짜 뉴스에 대해 우려하는 기사와 기고가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 이루어짐에 따라 19대 대선일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가짜 뉴스에 대한 주의가 한층 요구된다.

가짜 뉴스에 대한 논란은 지난 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는데, 당시 가짜뉴스가 보여준 파급력은 대단했다. 페이스북에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 5개 중 4개가 가짜 뉴스였고, '프란체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1위)거나 '힐러리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3위) 등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이처럼 가짜 뉴스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유통되기 좋은 환경이어서 삽시간에 퍼져 진실을 왜곡하고 사회에 커다란 혼란을 줄 수 있기에 한국 대선에서도 얼마든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력 대선 후보로 꼽혔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가짜 뉴스의 피해자로 볼 수 있겠다. 대선 출마 선언 직전 '반기문, 한국 대통령 출마는 유엔법 위반'이란 가짜 뉴스가 터져 나왔고, 유력 정치인들도 감쪽같이 속아 이 가짜 뉴스를 인용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인격살해와 가짜 뉴스로 정치교체 명분이 실종됐다"는 말을 남기고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렇다면 가짜 뉴스를 어떻게 식별할 것인가?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정보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지만, 가짜 뉴스의 개념 정립과 함께 생산자에 대한 처벌강화 그리고 포털과 SNS 운영자들에게 가짜 뉴스가 확산되지 않도록 일정한 책임을 부여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선 금년 하반기 총선을 앞두고 있는 독일의 경우 가짜 뉴스나 증오 표현을 방치하는 SNS 기업에 최대 5천만 유로(약 609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도 구글, 페이스북, 르몽드, AFP 등 플랫폼과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크로스체크(CrossCheck)' 프로젝트를 통해 가짜 뉴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선관위와 검찰, 경찰에서 가짜 뉴스 전담반을 가동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200명 규모의 사이버대응센터를 운영 중이다. 경찰청도 사이버안전국에 '가짜 뉴스 전담반'을 꾸렸다. 하지만 현행법상 가짜 뉴스 생산·유포자를 밝혀내고 처벌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대선을 앞둔 시점에 정파성과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가짜 뉴스를 정의 내리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가짜 뉴스라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잘못된 정보, 허위 정보로서 가짜 뉴스는 과거부터 있어 왔기에, 가짜 뉴스의 범주를 확대해 무조건 규제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역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유통을 적극 지원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는데, 가짜 뉴스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사실 확인(Fact Checking)'이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따라서 언론이 엄격한 사실 확인을 통해 가짜 뉴스를 올바로 식별해 낸다면 자신의 위상을 확인 받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언론이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이들 역시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집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재 각국의 주요 언론사와 디지털 플랫폼들은 '가짜 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검증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일반화로 인한 방대한 정보의 유통은 언론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가짜 뉴스를 비롯한 다양한 유형의 잘못된 정보들이 유통되면서 사실을 전달하는 언론사의 정보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이 가고 있다. 지금이야 말로 언론이 신뢰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사실 확인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