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금액조정 한다면 특정날 무료보다
관람료 낮춰 돈 지불하고 정당하게 감상
문화적 자긍심 높여주는 방안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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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회 논설위원
경기도의회가 도 산하 박물관, 미술관의 입장료를 무료화하는 방안을 2년 반 만에 재추진하자 지역 문화계가 들썩이고 있다. 무료 입장을 확대해 도민들의 이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찬성 입장과 이제 겨우 유료화가 정착됐는데, 다시 이를 번복 하면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도의회 김종석(민·부천6) 운영위원장은 매달 첫번째·세번째 주말에 경기문화재단이 관리·운영하는 박물관·미술관 관람료를 무료로 하는 '경기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전곡선사박물관, 실학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등 6곳을 관리하고 있으며, 6곳 모두 관람료는 성인 기준 4천원으로 경기도민의 경우 신분증을 지참하면 25%를 할인해주고 있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 2014년 10월에 도 산하 박물관·미술관의 관람료를 첫째 주 주말에만 무료로 하는 조례와 유아·청소년 무료 입장 조례를 추진했다가 사립박물관과의 형평성, 문화재단의 자율경영 원칙 훼손 등을 이유로 둘 다 부결된 전례가 있다.

경기문화재단은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문화예술 정책개발 및 교육, 문화유산의 발굴 및 보존 등을 하기 위해 1997년 7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문화재단이다. 그런데 도는 2008년 그동안 자체적으로 운영되던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조선관요박물관 등 박물관·미술관을 통합하고 경기문화재단에서 일괄적으로 관리·운영할 수 있게 조직을 개편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막상 통합운영을 하다보니 재단이 부담해야 하는 박물관·미술관 운영경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갔고 이를 충당하느라 신규 작품 구입에 필요한 예산이 한 푼도 없었던 적도 많다. 더구나 경기 악화로 도의 재정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서 박물관·미술관에 대한 예산지원 역시 줄어들어 전시와 교육 예산은 감소하고, 건물 관리비는 점점 늘어가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결국 박물관·미술관의 유료화는 최소한의 운영경비 보전차원에서라도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재단 관계자들은 막상 유료화를 실시해 보니 당초 우려와는 달리 관람객은 계속해서 늘어났으며,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해졌고 관람 시간도 길어졌다고 한다. 그 전에는 무료로 전시장을 드나드는 관객들, 특히 단체 관람객들은 전시장 안에서 웃고 떠들고 작품을 존중하는 태도가 상당히 떨어졌다고 했다.

도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박물관·미술관이 무료화 된다면 아마 많은 도민들이 환영할 것이고 어느 정도 방문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문화·예술이라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작품을 감상했는지 단순히 양으로 측정하기 보다는 그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향유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 때 그 수준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굳이 금액을 조정해야 한다면 특정 날을 정해 입장을 무료로 하기보다는 차라리 6개 박물관·미술관의 관람료를 조금 낮추더라도 일정한 돈을 지불하고 정당하게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문화적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