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에서 '3'이라는 숫자는 참 매력적인 수(數)다. 마치 '가위·바위·보'처럼 균형과 견제를 절묘하게 맞출 수 있어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물고 물리는 장기전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를 극대화한 컴퓨터 게임이 바로 스타크래프트(Star Craft)다. 1998년 발매된 이 게임의 배경은 먼 미래의 우주로, 지구에서 버림받은 범죄자 집단인 테란(Terran)과 집단의식을 가진 절지동물 저그(Zerg), 고도로 발달한 외계 종족인 프로토스(Protoss) 사이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그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놀라운 전투화면과 절묘한 균형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CD는 전 세계에서 1천만 장 이상이 판매됐으며, 이 중 40%인 450만장이 한국에서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게임사는 단연코 스타크래프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그전까지 게임하는 아이들은 '공부 못하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게임 하는 어른들은 "애들처럼 게임이나 하느냐"며 핀잔 듣기 일쑤였다. 스타크래프트의 출현으로 인해 초고속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PC방이 노래방 개수를 추월하기에 이르렀다. 프로게이머가 생겨났고, 장기나 바둑처럼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중계하는 전용 방송사까지 생겨났다. 게임 하나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문화적 파급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그런 스타크래프트가 발매 19년 만에 초고화질(UHD)판으로 돌아온다. 미국 게임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최근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올여름 출시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리마스터 버전은 18 대 9 와이드 스크린이 가능한 4K UHD 지원, 한글패치 대신 정식 한국어 지원, 음향 성능 향상 등으로 기존보다 생생한 전투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 소식에 30~40대 게임 마니아들은 요즘 밤잠까지 설치며 인터넷 상에서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다.
그렇다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로게이머들은 요즘 무엇을 하고 있을까? '테란황제' 임요환(37)과 '폭풍저그' 홍진호(35)는 방송인으로 변신해 맹활약 중이고, '쌈장' 이기석(37)은 유학을 통해 익힌 일본어 실력을 바탕으로 학습지 방문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