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숙 조각가의 설치영상 '바람'展이 수원 실험공간UZ에서 이달 한 달 동안 열린다.
수원 대안공간눈·예술공간봄을 운영하고 있는 이윤숙 작가는 20여 년 전부터 김성배,도병훈 작가 등과 함께 실험예술그룹 '슈룹'을 구성, 활동해 왔다. 올해는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철책을 걷어내 경계를 허물자는 취지로 '슈룹 2017 예술정치-무경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동에서 서로 약 250㎞ 걸어서 답사하며 철책과 남북관계의 실체를 확인하고 있다. 예술정치라는 화두를 두고 각자의 방식으로 답사 보고 1차 전시를 지난 3월 진행했다.
이 작가는 이의 연장선으로 '바람'展을 통해 철책의 물리적 개념만이 아닌, 심리적으로 고착된 경계를 허물고자 한다. 그는 인간의 사고를 지배해 이념의 갈등을 부추기는 개념을 부정하고 반복되는 희생과 분쟁을 비판한다. 전시 제목은 염원하고 기도하는 힘을 모아 심리적인 분단과 분쟁의 상황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장 입구부터 시작되는 곡선의 측백나무 숲길은 치유의 바람을 담고있다. 측백나무는 관람객의 후각을 자극해 긴장을 이완시키고 작가가 의도한 묵상과 치유의 순간을 준비하게 한다. 전시장 벽면에 영사되는 영상은 철책 답사에 참여한 여러 작가들이 기록한 사진과 동영상을 모아 편집한 내용이다.
전시공간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십자가 그림자들과 함께 어우러져 마치 철조망에 십자가가 걸려있는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는 희생의 상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시장 중앙에는 2백여개의 십자가가 서로 연결돼있다. 모두 작가가 직접 만든 것이거나 쓰임을 다 한 것들이다.
이 작가는 "예술인을 포함한 모두가 희생, 속죄, 용서의 삶을 실천함으로써 철책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며 "잊혀진 희생을 기억하고 속죄와 용서를 통해 우리가 반복하는 분쟁에 대해 재고하는 기회를 갖고 싶다"고 전했다.
전시 기간동안 관람자가 자신의 십자가를 가져오거나 현장에 준비된 나뭇가지로 십자가를 만들어 매달 수 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평일 관람은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문의:010-4723-4519/ spacenoon@hanmail.net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사진/이윤숙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