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엊그제 미국 의회에선 '김정은이 미치광이(狂人)'라는 견해로 갑론을박을 벌여 강경파 의원 전원이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는 뉴스다. 궁핍한 인민을 강제노역에 내몰고 이복 형 등 가족까지도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등 인권말살에다가 6차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준비에만 미쳐 있는 김정은을 미국 의원들은 'maniac(미치광이), madman(미친 인간), crazy fat kid(미친 뚱보 아이), insane man(정신 빠진 사람)' 등 맹비난했다는 거다. 가장 관용적인 의원은 '미친 건 아니지만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고…. 그런데 그 미치광이를 떠받들어 맹종(盲從)하는 광신도들 광기는 또 어떤가. 하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치도 중국은 '미친 정치(狂政:쿠앙정)'라고 비하했고 매티스 국방장관 별명도 '미친 개(rabid dog)'였다지 않던가.
역사 속 광인도 흔했다. 나치스 히틀러부터 광기 뻗친 광인이었고 연산군은 자다가도 정원으로 뛰쳐나가 괴성을 질러댔다. 모차르트도 폭음에다 광기가 번뜩였고 네덜란드 화가 고흐(Gogh)는 미쳐서 스스로 귀를 자르는가 하면 결국 자살했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Munch)의 '절규(The Scream)' 또한 광기의 표출이었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광염(狂炎) 소나타'나 헝가리 광시곡(狂詩曲), 스페인 광시곡 광상곡(狂想曲)만 해도 '미칠 狂'자의 광시, 광상 아닌가. 그런데 광기와 우울증이 예술가의 창조적 천재성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는 건 거의 정설이다. 미국의 인지(認知) 과학자 스코트 카프만, 오스트리아 그라츠(Graz) 대학 정신과학자 안드레아스 핀크, 스웨덴 카로린스카 연구소의 시몬 크야가 등의 최근 연구 발표만 봐도 광기와 창조적 천재성과는 DNA 등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게 공통적 결론이다.
하지만 천재든 아니든 독재자가 미치면 사정은 전쟁의 광기로 표출된다. 미 의회 의원들이 염려하는 것도 '일반 정상인이 핵무기를 함부로 사용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지만 김정은이라면 혹시 모른다'는 바로 그 점이다. 금지된 생화학 무기도 마찬가지다. 북이나 남이나 지금 한심한 형편이지만 김정은이 전쟁만은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