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환은 호랑이에게 당하는 화(禍), 마마는 천연두를 말한다. 이처럼 '공포의 대상'은 시대와 사회적 관심사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전염병의 위험성이 다시 강조되는 것이 그렇다.
지난해 9월, 지자체의 무분별한 투자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취재하고자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 있는 유바리(夕張)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유바리는 2006년 재정재건단체 지정을 신청하면서 파산을 선언한 도시로, 이 덕분(?)에 유명해졌다. 유바리에 며칠 머물면서 시청 직원들과 주민들의 얘기를 들었는데, 그들의 가장 큰 걱정은 '빚'이 아니었다. 의외였다. 호환·마마·전쟁보다 폭력적·선정적인 내용의 영상물을 무서운 재앙으로 봤던 공익광고처럼, 유바리의 고민은 '빚'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있었다. 빚은 정해진 계획에 따라 지출을 줄이고 조금씩 갚아 나가면 되지만, 인구를 늘린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파산으로 세(稅)부담이 늘고 복지 혜택은 줄자, 유바리를 떠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는 일본 전체는 물론 이미 전 세계적 고민거리다.
인천은 지난해 10월 19일 인구 3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성장하는 도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자연적 인구'(출생)보다 '사회적 인구'(전입) 증가가 많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젠가 인구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는 저출산이 무서운 재앙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불감증이다. 인천시가 최근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중장기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형식적인 결과물이 아닌 실질적인 계획과 출산 지원책이 나왔으면 한다.
/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