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신문이 지난 1일 '수첩공주(手帳姬)' 기사를 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주요 죄목이 삼성그룹 등 재벌 관련 뇌물죄고 그 결정적 증거가 바로 대통령 비서관의 수첩 기록이었다는 거다. 박(근혜) 용의자는 대통령이 되기 전 평소에도 회의나 면담 때마다 그 내용을 깨알처럼 수첩에 적는 습관이 있어 '수첩공주'라 불렸고 그런 습관을 이미 직권 난용(亂用→濫用)죄 등으로 기소된 안종범 전 대통령부(府→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이 그대로 따라해 열심히 메모해 왔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이 각하됐다가 다시 발부된 것도 39권에 달하는 안종범 메모 수첩이 증거였다는 거다. '그러니까 수첩공주는 스스로 자신의 목을 맨(자기 도끼에 발등 찍힌) 결과를 불렀다'고 그 신문은 평했다. 그런데 구치소 수첩공주의 심경은 지금 어떨까.
아사히신문은 또 지난달 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1인족(一人族)의 선구자'라고 했다. '나 홀로 족' 선구자라는 거다. 요즘 한국에선 혼자서 파푸(밥)를 먹는 '혼파푸族'은 물론, 혼자서 수루(술)를 마시는 '혼수루족' 등 신조어가 생겼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혼자 요헹(여행)하는 혼헹족, 홀로 캰푸(캠핑)하는 1인족을 위한 비지네스(비즈니스)도 성업 중이라는 거다. '한국의 취직 사이트 죠부(Job)코리아가 작년 12월 성인남녀 1천884명을 대상으로 1인 생활이 좋은 이유를 물었더니 40.6%가 타인 의식 없이 100%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덧붙였고. 박근혜가 '나 홀로 족 선구자'라면 평소의 '나 홀로' 단련으로 수인(囚人)번호 503번 생활도 그리 외롭지 않을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1일 '한 끼 1,140원짜리 음식과 차디찬 마루방 매트리스의 감옥생활이 시작됐다'고 했지만.
오늘 구치소 첫 검찰 조사다. 중국 CCTV도 어제 '한국 검찰, 박근혜 전 대통령 체포 후 첫 조사(韓檢方 朴槿惠前總統 拘捕后首次調査)'라고 전했다. 이제 곧 재판에 넘겨진다면 처벌은 어느 정도일까. 뇌물죄가 확정된다면 중벌일 수도 있다. 독재자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은 무죄 확정으로 지난달 24일 수도 카이로 군병원에서 퇴원, 귀가했건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