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본 -이재우
이재우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사람은 두 다리로 서 있지만, 대부분의 동물은 다리가 네 개다. 그러나 사람은 두 다리로 직립보행을 하면서 구조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지불했다. 인간의 근육구조는 다른 동물과는 달리 직립보행에 맞도록 진화를 해야 했으며 무거운 상체와 큰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서 관절의 구조를 바꾸었다. 물론 진화적으로 직립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지구에서 가장 크게 번성한 종족이 됐다.

역학적으로 물건을 지탱하기 위해서 두 개의 다리보다는 세 개 이상의 다리가 더 안정적이다. 사회현상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 두 사람보다는 셋 이상의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게 되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인하대학교는 개교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적 환경변화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급격한 인구의 감소는 전국의 사립대학교를 생존의 티핑 포인트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하대학교는 1954년 전 국민의 성금과 하와이 동포들의 피땀 흘린 노동으로 조성한 기금을 바탕으로 설립한 민족 대학교이다. 그동안 인하대학교는 대한민국과 인천 지역사회에 커다란 공헌을 해 오고 있으며 인하대 동문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공업입국과 첨단과학기술을 견인하는 큰 주춧돌이 되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천에는 대규모 종합대학이 인하대학교를 포함하여 몇 개 되지 않는다. 인천의 인구가 300만명이 넘어선 시점에서 인하대학교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인하대학교는 개교 60주년을 지나면서 제2캠퍼스를 인천송도 국제도시에 건립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송도캠퍼스 건설은 3인(仁)이 함께 해야 하는 사업이다. 3인(仁)은 인천광역시 시 정부와 시의회, 인천의 시민사회, 인하대학교를 말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사립대학의 역할은 여러 면에서 공공성을 띠게 될 것이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크게 받지 못하지만 그 역할은 국가와 지역사회에 공익을 가져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많은 재단이 사적 이익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사립대학교가 사회에 기여하는 공공성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송도국제도시의 글로벌 캠퍼스에 바로 이웃해 있는 인하대학교 송도캠퍼스는 인천의 실리콘밸리로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 이웃한 스탠퍼드대학이 벤처 기업인을 배출하는 요람이 되고 있듯이, 남동국가산단, 시화반월 공단, 송도테크노파크 중심에 위치한 인하대학교 송도캠퍼스는 코리아 실리콘밸리 모형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입지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인하대학교가 송도캠퍼스 조성을 위해서는 3인(仁)이 함께 협력하는 상생의 길을 가야 한다. 대학교는 학교 부지를 제공하고, 인천광역시와 인천 시민사회는 이 캠퍼스를 인천의 먹거리와 문화를 창달할 수 있는 요람으로 함께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인천의 제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여 인천의 발전과 인하대학교의 송도캠퍼스 이전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3인(仁) 협의체를 제안해 본다. 인하대학교의 발전은 인천 발전에 초석을 놓을 것이고, 인천의 시민사회가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부흥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300만 인천시민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3인(仁)이 함께하는 상생의 길을 소망해 본다.

/이재우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