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배는 보통 설 전후로 80∼90%가 출하되는 데 아직도 많은 양이 저장고에 재고로 남아 있어 과수농가의 근심이 되고 있다.
식생활패턴의 변화와 웰빙 열풍으로 쌀소비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으며 신선 채소와 과일의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국민 1인당 과일 소비량은 2000년 58㎏에서 2016년 64㎏으로 늘어났으나 사과와 배만 소비량이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새롭고 다양한 수입 과일의 소비증가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수입 과일은 2000년 전체 과일 공급량의 12%에서 2016년 21%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그만큼 국내 과일의 소비량은 감소해 왔는데 금년에도 오렌지를 비롯한 수입 과일은 전년보다 2%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추세는 향후 10년이상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과일 소비 패턴의 변화를 간과할 수 없다. 가족구성원의 변화,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소비자는 한 번에 다 먹을 수 있고 간편한 과일을 선호한다.
배처럼 한 개를 한번에 다 먹을 수 없는 큰 과일에 손길이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껍질을 벗기기도 싫어하고 씨를 가려내는 것도 불편해한다. 또한 아삭하고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과일을 원하고, 마지막으로 당도가 높아 혀가 깜짝 놀라는 맛좋은 과일을 원한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사과와 배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한번에 먹을 수 있는 작은 중소과 또는 미니사과, 씨가 없고 다양한 컬러와 모양의 포도,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제철에 출하되는 다양한 과일 품종으로 무장하여 수많은 수입 과일과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힘을 길러야 한다.
신고 배와 후지 사과, 캠벨 포도로 대표되는 한가지 과일 품종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양과 맛과 출하시기를 맞춘 제철에 출하되는 맛좋은 과일, 골라 먹는 재미가 느껴지는 과일을 생산하는 사업이 너무나 절실히 필요하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지난 2006년부터 포도와 사과를 소비자의 소비패턴에 맞춘 과일 품종을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최근 2015년부터는 갖가지 특색있는 과일 품종에 국내 농촌진흥기관에서 새롭게 육종된 과일 품종을 더해 경기도 전역에서 생산하는 사업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손톱을 칠한 모양의 메니큐어핑거 등 다양한 컬러와 모양의 30여가지 삼색포도, 한입에 먹을 수 있는 미니사과인 알프스 오또메와 루비에스, 껍질 째 먹을 수 있는 조이스킨 배와 푸른색의 그린시스 배 등은 앞으로 수입산 과일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렇게 좋은 과일 품종들이 우리 경기도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은 아직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가락시장에서 전국의 농촌진흥기관에서 생산 출하한 새로운 과일 품종에 대한 품평회와 시식하는 홍보기회가 있었지만 1회성 행사로서는 효과를 기대하기에 미약했다.
경기도는 포도축제, 햇사레복숭아축제, 쌀문화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개최되는 곳이다. 과수농가단체와 지자체는 이러한 축제마당에서 우리가 생산하는 다양한 과일들이 소비될 수 있도록 적극 알려야 한다. 또한 과수 전문가에 의한 소비자교육과 초·중·고등학생에 대한 기본교양과정으로 설정하여 모든 농산물의 생산원리 등을 인성교육과 겸한 학교 교육이 있었으면 좋겠다.
과일이 생산되는 과정, 수입 과일과 우리 과일의 차별성, 시기별 제철 과일의 생산출하와 구매 정보, 올바른 과일 선택과 섭취방법, 과일을 이용한 요리 레시피 제공 등으로 소비자가 먼저 손길을 내밀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무슨 과일이 있는지 알아야 눈길이 가고 손길이 가고 입으로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수 있다. 소비자의 눈에서 가까워지면 구매하는 손길이 많아져 우리 과일의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김순재 경기도농업기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