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주관 남양주시선거관리委 위원·변호사
2016년 겨울은 유달리 길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길고 길었던 겨울은 역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건과 함께 저물어 갔다.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또는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모였다. 내재되어 있던 세대와 진영 간의 갈등 구도가 광장에서의 대결구도로 뚜렷이 나타났다. 시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의사 표현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발전 없이 대립하기만 하는 극단적인 대결구도의 존속은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양한 정치적 의견들이 공직자 선출을 계기로 다수결 원칙에 따라 정리되는 절차가 민주사회의 '선거'라 할 수 있다. 민주사회는 '선거'를 통해 정치적 이견을 주기적으로 정리한다. '선거'가 없다면 민주사회는 정치적 이견을 정리하지 못하고 스스로 붕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선거'가 곧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통령직이 공석인 상태로 조기 대선이 확정됨에 따라 제19대 대통령선거는 봄에 치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선거를 계기로 대한민국도, 작년 말부터 이어진 길고 긴 겨울을 끝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해야 한다. '분열'된 대한민국이 아닌 '화합'의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분열'이라는 단어의 상대적 의미를 가진 단어로 '하나'를 써야할지 '화합(和合)'을 써야할지 잠시 고민했었다. 모든 것에는 각각의 개성이 있는데, 이 개성은 '하나'로 통일되고 획일화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개성 그대로 존중받음으로써 화목하게 어울려야(和合) 하는 것이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도 피지만 개나리도 피고 벚꽃도 피고 목련도 핀다. 누군가가 진달래의 색이 좋다고 개나리와 벚꽃과 목련의 꽃잎을 진달래색으로 칠해버린다면 아름다울까? 아마 아닐 것이다. 당연하게도 사람 사는 세상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의 구성원들은 각각의 개성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으며, 그러한 개성들이 화목하게 어울리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휘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민주사회다. 하나가 아닌 화합의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고 한 것은 이러한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꽃들이 각각의 색깔을 뽐내는 장(場)이 산과 들이라면, 민주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철학과 이념, 개성을 드러내고 종합해가는 장(場)은 바로 선거이다. 특정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술자리에서 단순히 선거에 관한 의견을 개진한다거나, 선거일에 투표를 하는 것 모두가 이러한 과정이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결과에 승복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당선자는 국민을 위해 책임 있는 정치를 함으로써 화합은 완성된다.

작년 리우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박상영 선수를 기억할 것이다. 패배의 위기에 몰린 그가 "할 수 있다"를 되뇌며, 결국엔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낸 그 장면에서 모든 국민이 감동했었다. 박상영 선수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은 역사의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 발전해왔다. 수많은 외침, 강대국의 간섭 속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어왔다. 이러한 국민의 저력이 정치적 대공황 속에서 분열된 현재의 대한민국을 구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그 계기는 제19대 대통령선거가 될 것이다. 이제 선거일이 40여일 남았다. '화합의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이주관 남양주시선거관리委 위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