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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의 기타리스트 조지 해리슨에게는 금발의 패션모델인 아내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패티 보이드. 조지의 절친한 친구였던 에릭 클랩튼은 패티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완전히 반해버리고 말았다. 에릭은 친구의 아내라는 것도 잊고, 노골적으로 패티에게 추파를 던졌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한다. 이후 에릭은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술과 마약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에릭은 어렵게 조지를 만나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놨는데, 의외로 조지는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당시 조지는 자신의 아내보다 인도 음악에 푹 빠져서 인도의 전통 악기인 시타르(sitar) 연주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그의 이런 태도에 더욱 용기(?)를 얻은 에릭은 패티에게 끊임없이 사랑의 메시지를 보냈고, 어느 날 '당신을 위해 만든 노래'라며 데모 테이프에 담긴 노래를 들려준다. 그 곡이 바로 '레일라(Layla)'다. 이 곡은 페르시아 문학 작품인 '레일라와 마즈눈(Layla wa-Majnun)'에서 영감을 얻은 것인데, 아름다운 여인에게 빠졌지만 그녀와 결혼을 할 수 없게 되자 미쳐버리게 되는 한 젊은이에 관한 이야기였다. 1970년 정식 공개된 레일라는 대중은 물론 평단의 호평을 받았고, 1992년에 어쿠스틱 버전으로 리메이크돼 이듬해 그래미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에릭의 절박한 구애에 감동했는지 패티는 1977년 조지와 이혼하고 1979년 에릭과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여기서 더 황당한 일이 일어나는데, 에릭의 결혼식에 조지가 참석해 축가까지 불러준 것이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아내와 바람을 핀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해 축가라니…. 하지만 에릭과 패티의 사랑도 1989년 파국을 맞게 된다. 에릭의 외도와 알코올 중독 때문이었다.

비틀스의 수많은 명곡을 만든 조지와 '세계 3대 기타리스트'라 불리는 에릭의 아내로 살면서 숱한 화제를 뿌렸던 패티(73)가 한국을 찾아 사진전(ROCKIN' LOVE·4월 28일~ 8월 9일)을 연다. 1960년대 영국 런던의 풍경에서부터 조지·에릭과의 만남과 헤어짐, 일상을 담은 1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는데 그녀가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싶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