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스토리 인천 알라딘중고서적 2층 분류작업중인 중고책3
지난 달 18일 인천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연 알라딘 중고서점 인천구월점 전경. 헌책과 중고 음반을 사고 팔수 있는 이 서점은 인천 구월동의 건물 2~3층 660㎡ 규모의 매장에 7만여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각종 굿즈(goods)도 잘 팔리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다양한 분야 서적·음반·DVD등 취급
상처 하나 없는 책 '정가의 절반 수준'
온라인 검색 등 '고객 편의성'도 높아
매장찾은 시민들, 책장사이 보물찾기
하루 1500권 판매·100권 매입 성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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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게 새책이야, 헌책이야?"

최근 인천 구월동에 문을 연 알라딘 중고서점의 한 서가에서 책을 뽑아든 직장인 전재용(40·가명)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좋아하는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게이고가 쓴 '용의자 X의 헌신'을 찾아 손에 쥔 그는 몇 번이고 책을 살펴봤다. 새 책이나 다름없이 상처 하나 없는 깔끔한 책 표지를 보고는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다.

책장을 펼쳐도 낙서 하나 없었고 가격은 5천900원으로 정가 1만원보다 40% 이상 저렴했다. 마치 소풍날 보물찾기에서 보물이라도 찾은 듯 그의 얼굴에는 기쁜 표정이 가득했다.

그는 최근 이 추리소설 작가의 신간을 접하고 무척 재미있게 읽어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던 터였다. 그는 하지만 굳이 새 책을 살 이유가 없어 온라인 헌책방을 뒤지다 직장 근처에 이 오프라인 중고서점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곧바로 인터넷으로 해당 매장에 사고 싶은 책의 재고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다음 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매장을 찾은 것이다.

그는 내친 김에 '라플라스의 마녀'라는 이 소설가의 다른 작품도 한 권 더 골라 계산대로 가져갔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그는 신간 1권 가격에도 못 미치는 1만4천900원이라는 가격에 새 책이나 다름없는 소설책 2권을 손에 넣었다는 만족감에 무척 흡족해했다.

여러모로 편리하고 쾌적한 탓에 최근 사용자가 늘고 있다는 기업형 중고 서점이 인천에도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5일 오후 2시 알라딘 구월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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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인천의 핵심 상권에 위치한 알라딘 중고서점 인천구월점.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알라딘 중고서점 구월점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 한복판 인천의 대표 중심 상권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터미널역 2번 출구 인근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정문 육교 맞은편의 유명 커피전문점 건물 2층과 3층을 쓴다.

입구를 통해 서점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하얀 벽면은 시인 백석과 정지용 등 유명 작가들의 스케치와 시로 장식돼 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유흥가 한복판이어서 조금은 들떠있던 마음이 자연스레 정리된다.

2층 매장에 들어서니 책이 아닌 음반이 먼저 반긴다. 230㎡ 규모의 2층에서는 중고 음반·DVD·블루레이·LP 등과 '굿즈'라고 불리는 노트와 수첩, 머그컵 등의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중고가 아닌 새로 나온 음반도 판매하고 있는데, 새 음반을 취급하는 곳은 전국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 가운데 구월점이 유일하다고 한다.

2층 한편에는 계산대가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손님들이 고른 책을 계산해주기도 하고 또 책을 판매하러 오는 손님들의 책을 매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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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하루평균 약 300명의 고객이 1천500권 정도의 책을 사가며 50~60명의 손님이 100권 가량의 책을 팔러 온다.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429㎡ 규모의 3층 매장 전체는 책을 위해 할애됐다. 9만권의 책이 있는 이곳은 알파벳 C~H까지 서가가 구분돼 있다. C(소설·시·에세이·만화), D(인문사회·종교·전문서적·외국어), E(유아·어린이·청소년·좋은부모), F(경제경영·자기계발·컴퓨터), G(알라딘 스페셜·출간일1년신간), H(취미·실용·예술·대중문화) 등이다.

어린이들의 그림책이 있는 E서가 옆에는 아이들이 앉아 책을 고르고 볼 수 있도록 어린이용 탁자와 의자가 준비됐고, 비교적 최근에 들어온 책을 파는 G서가 인근에도 의자와 긴 탁자가 마련돼 있다.

점심을 조금 넘긴 시간이어서인지 책을 고르는 손님들은 10여 명으로 조금은 한산했다. 그냥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서점에 들른 손님은 없어 보였다. 다들 뭐라도 책을 꼭 사가야겠다는 표정으로 책 고르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곳 손님들은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저렴한 가격의 중고 서적을 살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알라딘 구월점 개점을 반겼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평소 책을 즐겨 보고 서점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서승원(29·남동구 만수동)씨는 "다른 지방에는 다 대형 중고서점이 있는데, 유독 인천에만 없었던 것을 늘 이상하게 생각해 왔는데, 집 가까운 곳에 들어서 무척 반가웠고, 쉬는 날 맘 먹고 찾아왔다"며 "신간 위주의 독서를 하는 취향이 아니어서 앞으로 이 중고 서점만 이용할 것 같다. 이제 새 책을 사러 근처 다른 대형서점에 굳이 갈 일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원하는 책을 고르기 힘든 동네 영세 헌책방과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이 무척 만족스럽고 '헌책방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고객도 있었다.

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 골목도 자주 이용했다는 주부 허윤미(35·남동구 구월동)씨는 "배다리 헌책방 규모가 대부분 영세해 책을 고르기 너무 힘들었는데, 이곳은 원하는 책이 있는지 미리 검색을 해보고 찾아올 수 있어 편리하다"며 "책들이 대부분 누워있는 헌책방과는 달리 서가에 깔끔하게 꽂혀 있어 헌책방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천에는 기업형 중고 서점이 없었다. 그 시작을 연 것은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지난 1월 인천 계산점의 문을 연 이후 지난 3월 이곳 구월점을 열었다. 이 같은 호응을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송도신도시에도 추가로 서점을 열 계획이다. 인천에 기업형 중고서점이 몰려오며 지역 서점계에도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서기상 알라딘 구월점 점장은 "인구 300만 도시 인천은 결코 작은 도시가 아니고,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도 인천에 상당한 고객이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며 "전국광역시 가운데 마지막으로 인천의 문을 연만큼 인천 시민들 요구에 발맞춰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