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남동쪽 끝, 젖소 유두(乳頭)처럼 불거진 땅. 한반도 크기의 3분의 2인 그 플로리다 주는 바다와 호반에다 아열대 과일이 넘쳐나는 숲의 평야로 요새 기온이 30도 정도인 천혜의 땅이자 세계적 관광지다. 팜비치(Palm Beach)는 그 주에서도 남단이고 그곳 트럼프 대통령 별장 '마라라고(Mar-a-Lago)'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겨울에 자주 찾는 곳이라 해서 '겨울 백악관'으로 불린다. 지난 주말 이틀 간 트럼프와 시진핑 미·중 정상이 역사적 회담을 한 곳도 거기였다. 패션 잡지 보그(Vogue)는 그들 옷차림부터 조명했다. 트럼프와 멜라니아 부부는 빨간 넥타이와 같은 색 드레스로 '중국의 색깔'을 존중한 것이라고 했고 시진핑 내외는 청색 넥타이와 남색(藍色) 드레스였다고 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시종 웃음을 띤 채 시진핑보다는 부인 펑리위안(彭麗媛)부터 칭찬했다. '중국의 수뇌와 위대한 가수 부인을 맞아 영광스럽다'고. 하지만 시진핑 표정은 딱딱했다.
공동성명과 기자회견도 없는 그 G2 최강국 정상회담 성과는 뭘까. 미국 언론은 '성과 없는 회담이었다'며 부정적이었고 일본 언론도 '북핵 억제책 등 구체적 성과 없이 그 심각성에만 의견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더 부정적이었다. '트럼프가 북조선에의 압력 강화를 요청했지만 시진핑은 동조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엔안보리 결의에 협력하자. 미국의 대북대화가 필요하다'는 상투적 원론만을 강조했을 뿐…. 그런 중국의 정상회담 평은 달랐다. '플로리다 주 중·미 원수 회담은 양국관계의 정층설계(佛羅里達州 中美元首會晤 兩國關係頂層設計)였다'는 게 8일 인민일보 논평이었다. 기타 언론도 긍정적이었고 마라라고 별장(海湖庄園)의 수려한 경관도 소개했다.
트럼프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미·중 수뇌회담 결과를 전화로 알렸고 사드 문제도 언급했다지만 중국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사드 보복을 멈추지 않는 중국의 속셈은 뭘까. 북한 핵을 부정할 게 아니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그 거다. 든든한 깡패 아우국가 북한을 중국의 동북아 패권의 전략상 필요불가결한 바디가드 쯤으로 여기는 거다. 북한보다 더 무서운 게 중국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