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때마다 입에 담지못할 말 많아
본인은 '한때의 말' 이라고 하지만
국가와 자신 망친다는 사실 알아야
부디 국민이 기억하고 나라 세우는
아름다운 말들이 들려 왔으면…

"말 한 마디로 나라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던데 참으로 그런 말이 있습니까?"
"한 마디 말로 그 정도 효과를 기약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르기를 '임금 노릇하기는 어렵고 신하노릇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니 임금과 신하가 이런 도리를 안다면 한 마디로 나라를 일으키는데 가깝지 않겠습니까."
정공은 다시 물었다.
"말 한 마디로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런 말이 있습니까?"
"한 마디 말 때문에 나라가 망하기야 하겠습니까마는 사람들이 이르기를 '임금 노릇하는데 다른 즐거움은 없고 오직 내가 명령을 내리면 아무도 어기지 않으니 이것은 참으로 즐거워할 만하다'고 하니 임금이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한 마디 말로 나라를 잃는데 가깝지 않겠습니까."
"..."
아무리 좋은 말이라 하더라도 한 마디 말로 나라를 일으키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평소 번드레한 말을 미더워하지 않았던 공자다운 말이다.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도 하거니와 말로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임금과 신하가 이 말로 인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면 적어도 바로 나라가 흥하지는 않더라도 아름다운 미래를 기약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말 한 마디로 나라를 망하게 할 수는 있을까? 역시 공자의 이야기처럼 한 마디 말로 나라가 망하기는 어렵다. 모름지기 나라라는 커다란 물건이 하루아침에 망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나라처럼 큰 물건만 있는 게 아니다. 때로 한 마디 말을 잘못하여 작게는 신세를 망치고 크게는 심지어 나라까지 망친 예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공자가 나라를 망친 예로 든 저 말도 본디 진나라 평공이 한 말이다.
진나라 평공이 어느 날 신하들을 불러 함께 술을 마시다가 이렇게 말했다.
"임금 노릇해보니 별다른 즐거움은 없지만 내가 말하면 아무도 내 말을 어기지 않는 것은 즐거워 할만하다."
"..."
모든 신하들이 잠자코 있었는데, 평공 곁에서 음악을 연주하던 눈 먼 악사 사광이 갑자기 거문고를 번쩍 들어 평공을 향해 집어던졌다. 평공이 깜짝 놀라 몸을 피하자 거문고는 커다란 소리를 내며 뒤쪽 벽에 부딪쳤고 벽에는 구멍이 뚫렸다.
평공은 크게 놀라 사광을 꾸짖었다.
"네 이놈 이게 무슨 짓이냐?"
사광은 이렇게 대답했다.
"임금님, 지금 제 옆에서 어느 놈이 아주 나쁜 말을 했습니다. 이런 말을 임금님이 들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제가 그 놈을 향해 거문고를 집어던진 것입니다."
"..."
사광의 말은 참으로 옳다. '아무도 내 말을 어기지 않는 것이 즐겁다'는 말은 임금이 입에 담을 말이 아닌 것이다. 어찌 임금뿐이랴. 모든 사람이 그렇다. 만약 어떤 사람의 주변에 그가 하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생각해볼 일이다. 과연 자신의 말이 모두 옳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말을 어기지 않는 것을 즐거워하기 때문인지를. 사광의 이야기를 들은 평공도 깨달은 바가 있었던지 뚫린 구멍을 수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 실언의 경계로 삼았다고 하니 말이다.
2천500년도 더 된 오래 전 이야기다. 하지만 한갓 옛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어떤 말을 하느냐는 여전히 중요하다. 더욱이 앞으로 5년 간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책임질 사람을 선택하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 지금의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금까지는 선거 때마다 아름다운 말보다는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들이 더 많이 들렸다. 개중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도 없지 않았다. 본인은 한 때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말 한 마디가 나라를 망하게 하지는 못할지라도 그 자신을 망치기에는 충분하다는 사실을 거듭 새겨야 할 것이다.
이제 선거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부디 국민들이 오래도록 기억할 만한, 그래서 나라를 일으킬 수 있는 아름다운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으면 좋겠다.
/전호근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